개요 : 멜로/로맨스, 코미디
개봉일 : 2019-11-07
감독 : 엘리스 듀란
출연 :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테일러 후츨린
등급 : 15세 관람가
이 제목을 왜 번역하지 않고 [캔 유 킵 어 시크릿?]으로 놔둔 걸까? 모르겠네요. 하여간 엘리즈 듀란의 [캔 유 킵 어 시크릿]은 [쇼퍼홀릭] 시리즈의 소피 킨셀라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검색해봤는데, 원작에서는 무대가 영국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미국으로 옮겼더군요. 내용은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입부는 조금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엠마 코리건은 타고 있던 비행기가 난기류로 흔들리자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자기 모든 비밀을 옆자리의 남자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출근해 보니, 바로 그 남자가 와 있더란 말이죠. 심지어 지금까지 파트너 그림자 밑에 숨어 있던 공동 경영자 잭 하퍼였어요.
이 설정으로 풀 수 있는 이야기는 꽤 많지 않겠습니까? 말 그대로 남자가 여자의 목숨줄을 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어떤 서스펜스도 없습니다. 사실 남주인 잭은 이런 비밀을 알아도 별 재미가 없는 소수 중 하나죠. 중간 보스도 아니고 회사 두목인데, 말단 직원의 비밀을 알아서 그걸 어따 써먹겠어요. 둘이 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습니다.
그 뒤 이어지는 이야기도 심심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들이 재미없기 때문이겠죠. 엠마는 판에 박힌 90년대 로코 주인공입니다. 너무 전형적이라 종종 패러디처럼 보일 정도죠. 그래도 엠마는 귀엽기라도 하죠. 잭은 로코 남주 지위 빼면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신기할 지경이에요. 그나마 궁금한 건 시카고와 관련된 미스터리인데, 이것도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요. 주변 인물들도 속이 보이고 재미없는 건 마찬가지. 예를 엠마는 룸메이트가 둘인데 모두 아시아계예요. 이제 아시아인들은 새로운 게이 친구가 된 걸까요.
좀 늦게 나온 영화입니다. 90년대라면 조금 더 컬러풀한 캐스팅으로 재미있게 보고 잊힐 영화가 나왔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2019년. 영화가 삭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죠.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