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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개요   :  전쟁

   개봉일   :  2019-09-25

   감독   :  곽경택, 김태훈

   출연   :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등급   :  12세 관람가



곽경택과 김태훈의 공동감독작인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1950년 9월 15일에 있었던 장사 상륙작전을 다룬 영화입니다.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772명의 학도병이 장사리에 상륙해서 국도 제7호선을 봉쇄하고 조선인민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모든 건 인천상륙작전을 커버하기 위한 양동작전이었고 이들 대부분은 퇴로가 막힌 채 고전하다 전사하거나 실종됩니다.

내용만 보면 [인천상륙작전]의 자매편처럼 보이지만, 전혀 성격이고 다른 영화입니다. 일단 반공영화가 아닙니다. 다른 어떤 종류의 프로파간다가 될 생각도 없는 영화고요. 정치적으로 디자인된 북한군 캐리커처도 없습니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냥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청소년들이 장군들의 소모품이 되어 죽어가는 상황에 대한 분노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악역으로 그려지는 인물도 북한군이 아니라 이들을 전장에 보내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남한측 장군이에요

분단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군과 적군으로 갈라져 피튀기며 싸우고 있지만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해도 서로의 적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이란 말이죠. 영화는 한쪽을 악마화하는 대신 양쪽 모두 전쟁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단지 영화가 이를 위해 사용하는 건 가장 쓰기 손쉬운 도구, 그러니까 감상적인 신파입니다. 지나치게 끈적거리고 인위적으로 편리합니다.

전쟁 장면에 대해서 말하라면, 영화는 스펙터클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고통스럽고 지저분하고 끔찍한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려하고 있죠. 멋있는 죽음을 보여줄 기회도 종종 일부러 버리고. 하지만 영화 여기저기엔 장르적 전쟁영화의 스펙터클과 '반전영화의 의도'가 충돌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이게 아주 잘 붙지는 못해요.

메건 폭스와 조지 이즈가 나옵니다. 폭스는 마거리트 히긴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매기라는 종군기자이고, 이즈는 스티븐(이게 설마 성인가요?)이라는 미군 장교입니다. 장사리 바깥에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명계남이 연기하는 남한측 장군이 얼마나 불쾌한 인간인지를 설명하는 역할이지요. 그런데 이들은 정말 심각하게 따로 놉니다. [인천상륙작전]의 리암 니슨을 상상하시면 되겠어요. 메기가 주인공들과 한 화면에 나오는 장면이 딱 하나 있는데, 그 장면에서도 CG처럼 보인단 말이죠.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어 만든 선량한 의도의 반전영화입니다. 하지만 좋은 영화가 되기엔 타협과 유혹에 너무 많이 빠지고 지나치게 무난합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