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9-08-21
감독 : 김주호
출연 :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
등급 : 12세 관람가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 말기에 있었던 온갖 기괴한 일들이 한명회가 민심을 조작하기 위해 벌인 사기극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적어도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가마가 걸리지 않게 했다는 이야기보다는요.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 사기극을 위해 한명회에 고용된 광대들입니다. 광대들이라고는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식 사기꾼에 가까운 무리입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기술 대부분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시대착오적인 기술에는 두 종류가 있지요.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 당시의 기술로도 구현할 수 있는 것, 아이디어가 있어도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 이 영화에는 후자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아주 진지하게 볼 수는 없는 영화입니다.
도입부는 발랄합니다.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세조 시대 이야기들이 '뒤에 사기꾼이 있었다'라는 가설을 통해 설명되는 거죠. 앞에서 말했듯 시대착오적인 도구를 사용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제 정답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이런 식의 사기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얄팍한 즐거움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흔한 한국 퓨전 사극의 문제점과 충돌합니다. 이 코미디를 끝까지 유지하기엔 실제 역사가 너무 어두워요. 그 때문에 영화는 이런 종류 영화들이 가는 흔한 길로 빠집니다. 요란한 코미디에서 시작했다가 중간에 실제 역사에 충돌해 울먹이다가 역사를 바꾸지 않는 한에서 자위하는. 완전히 대참극으로 끝나는 영화들도 있으니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그래도 밝은 편에 속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공식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하는 걸까요?
개별 배우들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다 잘 하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톤 조절에 문제가 있습니다. 한명회 역의 손현주와 세조 역의 박희순은 정통사극이라면 문제가 없는 '명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배경이면서 런닝머신이 나오는 영화라면 굳이 '명연기'가 아니더라도 조금 다른 톤의 연기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연기도 그렇지만 영화의 조각들이 그렇게까지 잘 붙는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퓨전 사극을 볼 때는 이런 것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