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공포, 스릴러
개봉일 : 2019-08-21
감독 : 김홍선
출연 :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등급 : 15세 관람가
[변신]은 요새 지나치게 자주 만들어지는 가톨릭 페티시 영화입니다. 모르는 외국인이 보면 한국이 가톨릭 국가인 줄 알겠어요. 슬슬 조심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종교가 이런 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신성한 무언가여서가 아니예요. 이렇게 페티시적인 접근을 당연시하면 제도권 종교가 현실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둔감해질 수 있습니다.
변신 괴물 이야기입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는 그 괴물이 가톨릭 엑소시즘이 필요한 악귀지요. 이 악귀는 새로 이사 온 가족 속에 숨어들어 이들 구성원으로 변신해 이들을 괴롭힙니다. 악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가족은 신부인 아버지의 동생을 불러옵니다. 근데 이 신부는 이전에 엑소시즘으로 악귀를 쫓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고 이 두 사건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요.
[엑소시스트]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더 얇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악귀는 가톨릭 호러 악역치고는 지나치게 선명하고 존재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몸을 빌리기도 하지만 몸을 떠나 독자적으로 돌아다니기도 하니까요. 그냥 호러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료를 충분히 살렸다는 생각도 안 듭니다. 얄팍하고 인위적인 악당이라고 앞에서 말했지만 쓸모가 없어보이지는 않거든요. 가부장 중심의 핵가족은 보기만큼 자연스럽거나 안정된 시스템이 아니고 이런 종류의 악귀는 이런 가족의 속내를 드러내기 위해 보다 그럴싸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런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아요. 그게 의도였어도 흔한 호러 영화의 기승전결 안에 묻히고 맙니다.
끝까지 계속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영화지만, 결과물은 진부합니다. 역시 진부한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재료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풍부했던 [검은 사제들]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죠. 종종 각본은 편리함을 좇다가 이상해지는데, 갑자기 가족 구성원 한 명이 사라졌는데도 몇 시간 동안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가족과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 구성원의 퇴장도 너무 대충이라 당혹스러울 정도였고.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각본 속에서 배우들이 개인기로 생존하는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