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공포
개봉일 : 2019-07-17
감독 : 존R.레오네티
출연 : 키에넌 시프카, 스탠리 투치
등급 : 15세 관람가
존 R. 레오네티의 [사일런스]는 넷플릭스 호러 영화이고 당연히 올해 봄에 우리나라에도 풀릴 줄 알았는데, 이번 주에 극장개봉되었습니다. 팀 레본이라는 작가가 쓴 원작 소설이 있군요.
히치콕의 [새] 베이스의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버드박스]를 섞은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인류는 위기를 맞습니다. 아팔라치카의 동굴 속에서 나온 괴물 박쥐들이 인간들을 공격해서요. 영화는 이들을 피해 달아나는 가족의 모험담을 담고 있어요. 제목이 [사일런스]인 이유는, 배스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괴물 박쥐가 장님이기 때문에 달아나는 사람은 소리를 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배스프는 무서운 동물입니다. 하지만 과연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무서운 괴물인가요? 영화는 배스프가 인간들을 습격하는 장면들을 여러차례 보여주지만 도시 문명이 이 동물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지 못할 이유는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들이 뉴저지를 떠나 시골로 가는 도입부부터 괴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콘크리트가 보호해주고 쉽게 항생제를 구할 수 있는 도시가 더 안전해요.
배스프의 설정도 앞뒤가 안 맞습니다. 일단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하 생태계에서 나온 괴물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무엇보다 배스프가 장님이어서 절대 침묵 어쩌구는 말도 안 되는 설명입니다. 배스프는 동굴 속을 날아다니는 포식자입니다. 당연히 눈이 멀었다고 해도 눈과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초음파를 쓰는 박쥐처럼요. 영화는 종종 전기줄에 떼로 앉아 있는 배스프들을 보여주는데, 이들이 거기 앉으려면 일단 전기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콰이어트 플레이스]도 그렇게 설정이 말이 되는 영화는 아니었죠. 하지만 그 영화는 개별 액션 장면들이 뛰어나서 전체 설정의 미심쩍음에 생각이 잘 안 갔습니다. 하지만 [사일런스]의 액션과 호러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캐스팅이 괜찮고 개별 장면들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비교하면 모두 약합니다. 설정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더 그런 거 같아요. 귀가 들리지 않는 딸, 클라이맥스의 비명과 같은 것. 그냥 넷플릭스로 봤다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