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미지
라스트 미션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9-03-14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타이사 파미가, 브래들리 쿠퍼

   등급   :  15세 관람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라스트 미션]이 이번 주에 개봉했습니다. 거창한 제목인데 원제는 그냥 The Mule. 마약 운반책을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90대 할아버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마약 운반책 역할을 하다가 체포된 적 있었어요. 그 할아버지는 영화를 찍기 전에 죽었고요. 시대 배경은 몇 년 뒤라서 클리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주인공 얼 스톤은 한국전 참전용사로 바뀌었습니다

영화는 얼 스톤의 몰락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그럭저럭 잘 나가는 원예사였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망했지요. 그 나이면 가족 덕을 봐도 될 텐데, 아내와는 이혼한 지 오래 되었고 가족과도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카르텔의 마약 운반책 역할을 하게 되는데, 한 번만 하고 그만두려다가 점점 깊이 빠져들고 맙니다. 그러다보니 나름 조직 내에서 나름 유명해지고 마약관리국의 표적이 되지요.

비참하다면 비참하다고 할 수 있는 설정인데, 영화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일단 얼 스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많죠. 영화는 스톤이 마약 운반책을 시작하고 빠져가는 과정에 꼼꼼하게 핑계를 붙입니다. 농장을 되찾고, 가족의 결혼 비용을 대고, 참전군인 시설을 고치고. 못난 아비와 남편이었던 과거를 보상하려는 노력도 덧붙이고요. 당연히 영화는 말랑말랑해집니다. 주인공에게 좀 더 매정한 편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영화는 스톤은 진짜로 노인네로 그리고 있어요. 물론 노인네죠. 이스트우드도 노인네고. 하지만 눈높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남자주인공은 노인네지만 시선은 바로 그 노인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죠. 하지만 이번 영화는 보다 젊은이의 시점에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늙어가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영화보다 더 늙었어요. 영화는 스톤의 고치지 못한 인종차별적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그 뒤에는 그것들을 수습하기 위한 대사들과 설정들을 넣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그랜 토리노]를 쓴 닉 솅크의 작품인데, 솔직히 자기에게 기회를 준 노장에게 지나치게 서비스를 한다는 느낌이에요. 술술 넘어가고 늙은 백인 노인네의 내면 묘사도 괜찮지만 투박한 각본입니다.

영화의 여기저기 결점을 커버하는 것이 이스트우드의 존재감입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 감독으로서의 존재감 모두요. [라스트 미션]은 지금의 클린스 이스트우드가 가장 잘 만들고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부류의 작품입니다. 대단한 도전 같은 건 없지만 그냥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존재하기만 해도 먹히는 작품이죠.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