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9-02-13
감독 : 이한
출연 : 정우성, 김향기
등급 : 12세 관람가
[증인]의 주인공 순호는 민변 출신이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대형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순호는 고용주인 남자 노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가사 도우미를 무료 변호하게 돼요. 이 사건의 유력한 증인은 개천 너머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한 지우라는 여자아이인데,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변호를 위해 순호는 지우에게 접근하고 둘은 가까워집니다. 우리가 포스터에서 본 바로 그런 그림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한의 전작들이 그렇듯 선한 영화입니다. 종종 등장인물들이 나쁜 선택을 하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으로 택한 사람들의 선함과 개선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순호도 마찬가지죠. 평판 좋지 않은 로펌에서 양심을 반쯤 접고 일하는 중이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이 사람이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갈 거라는 건 모두가 알죠. 그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지우와의 관계인 거고요.
단지 이 영화가 그 이야기를 그렇게 잘 푼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우선순위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들을 늘어놓고 비교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순호의 사정은 뒤로 밀립니다. 자폐증을 앓는 지우의 사정이 훨씬 중요하고 시선을 끕니다. 당연히 지우가 영화의 중심에 서야 하고 순호는 지우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역할로 물러나야 이치에 맞죠. 그런데 순호는 지나칠 정도로 주인공입니다. 너무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가 또 심심하기 그지 없지요. 이런 이야기에서도 순호는 여전히 개선의 드라마를 가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우 이야기가 더 중요하죠. 이야기의 전체적 균형이 맞지 않고 더 재미있는 소재를 낭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정물, 추리물로서도 영화는 약합니다. 일단 사건이 너무 허술하게 짜여 있어요. 2시간 동안 끌 사건이 아닙니다. 지우는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충분히 똑똑한 아이이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 무렵에 완전히 폭로되는 진상이 그렇게 오래 감추어져 있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심지어 관객들 모두가 진상을 알아차린 뒤에도 한참을 모른 척하면서 끌어요. 게다가 마지막 법정 장면에서 순호의 행동은 시선을 끌기 위해 오페라 중간에 엉뚱한 아리아를 부르는 프리마돈나 같습니다. 주인공에게 클라이맥스를 주기 위해 아주 이상한 장면을 만들어놨어요.
정우성과 김향기는 모두 모범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우성은 쓸데없는 과잉 연기 없이 다소 무색의 주인공을 조용히 연기하고 있고, 김향기는 자폐인이라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연기를 하고 있죠. 둘의 호흡도 괜찮습니다. 단지 배우로서는 김향기 쪽에 당연히 더 시선이 갈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캐릭터 비중이 더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우
성이 아무리 조용히 연기해도 지금은 피아노 반주가 너무 많이 나와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