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미지
사바하

   개요   :  미스터리, 스릴러

   개봉일   :  2019-02-20

   감독   :  장재현

   출연   :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등급   :  15세 관람가



[검은 사제들]의 감독 장재현의 신작 [사바하]도 종교인이 주인공인 종교 소재 영화입니다. 단지 이번 주인공은 가톨릭 신부가 아니라 신흥 종교 비리를 캐는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개신교 목사입니다. 보도자료를 보니 캐릭터 이름도 그냥 박목사네요.

하여간 박목사는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 중입니다. 일단 그냥 수상쩍어 보이고, 이런 것들을 꾸준히 물고 와야 제도권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돈을 뜯을 수 있으니까요. 박목사는 직업상 타종교 신자들과 별 어려움없이 잘 어울리는 말빨 좋고 세속적인 사람이고 이 캐릭터 묘사는 꽤 그럴싸합니다.

순전히 감만 믿고 시작한 수사지만 사건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영월 터널에서 시체가 발견된 여자 중학생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거 같고 이 종교의 창시자가 생각보다 음침하고 소름끼치는 인물이에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목사는 자신의 믿음을 위협하는 수상쩍은 일들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끝에는 16년 전 시골마을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설정과 캐릭터만 따진다면 [검은 사제들]보다 대한민국에 더 밀접하게 뿌리를 박고 있는 영화입니다.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스트] 같은 가톨릭 소재 서양 오컬트 영화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한 것 같았잖아요. 하지만 [사바하]는 훨씬 한국적입니다. 한국의 다종교적인 환경, 한국스러운 신흥종교 탄생과정을 꼼꼼하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고 그 사이에 끼어드는 초자연적인 요소도 훨씬 친근합니다.

[검은 사제들]이 익숙한 서사에 가지고 놀기 쉬운 캐릭터들을 끼워넣은 좀 팬픽 같은 영화였다면, [사바하]는 수사물의 서사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살려놓았지만 캐릭터보다는 전문적인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죠. 이건 감독이 직접 한 말입니다. '서사가 캐릭터들을 끌고 가는 영화'. [검은 사제들]과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었나보죠.

단지 수사물은 책에서와는 달리 영화 속에선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 중반엔 좀 늘어져요. 그리고 각본이 아무리 은폐하려고 해도 캐스팅에서부터 진상이 보이는 사건이라 이야기보다 앞질러 가다보면 갑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아쉬운 건 프롤로그를 연 쌍둥이 자매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는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잘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쌍둥이 이야기를 박목사의 이야기만큼 늘리고 교차시키다가 마지막에 둘을 만나게 하는 형식을 취했다면 어땠을까요. 쌍둥이를 연기한 이재인의 연기가 훌륭하고 존재감도 강렬해서 더 아쉽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장재현의 관점에 대해 계속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재현은 신을 믿는 개신교 신자라고 합니다. 박목사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고 장재현의 개인적 믿음은 박목사의 후반 드라마에 상당히 큰 힘을 실어줍니다. 하지만 이 디폴트로서의 신앙이 이야기와 주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독교 전도 영화는 당연히 아니지만 전 종종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