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개봉일 : 2019-01-16
감독 : 조석현
출연 :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
등급 : 12세 관람가
[그대 이름은 장미]의 포스터를 보면 [써니]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평범한 가정주부인 유호정 캐릭터의 과거를 파헤치는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반전과거 추적 코미디'라고 소개했겠죠. 하지만 아니에요. 코미디적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코미디보다는 우직한 멜로드라마에 더 가깝습니다.
영화는 홍장미라는 주인공의 인생을 다룬 일대기입니다. 1978년에 시작해서 2000년대 언젠가에서 끝나죠. 영화는 70년대 후반과 90년대 중반을 두로 다루고 있습니다. 장미는 가수를 꿈꾸는 공장직공인데, 서울대 다니는 대학생과 연애 중입니다. 장미는 업계사람의 눈에 띄어 가수 데뷔를 준비하게 되는데, 그만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회사 사장은 아기를 지우라고 하지만 장미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배우들이 바뀌어 영화는 1995년으로 넘어갑니다. 장미는 딸인 현아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뜬금없이 미국에서 살던 옛 남자친구가 나타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TV 소설] 풍으로 푼 [스텔라 달라스]입니다.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장미의 모성으로 수렴됩니다. 영화를 이루는 모든 이야기는 장미가 '딸 현아를 위해 고생하고 희생한다'로 요약될 수 있어요. 물론 전 [스텔라 달라스] 때와 마찬가지로 장미의 선택을 존중하고 감정이입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 이 고정된 이야기와 주제의 틀에서 캐릭터가 조금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길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캐릭터가 같다고 해도 21세기의 영화라면 이를 조금 다른 식으로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대 이름은 장미]를 이루는 거의 모든 부분은 어디서 본 것 같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왜 이 영화는 1990년대를 '현대'로 잡고 있는 걸까요? 한국 관객들이라면 당연히 계산을 하기 시작할 겁니다...
무난하고 안전한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살리는 건 적절하게 캐스팅된 배우들의 존재감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90년대 주인공인 유호정과 딸 채수빈의 호흡인데, 그림부터 잘 어울리고 만족스럽습니다. 이들의 캐릭터가 '희생하는 모성'에 붙잡히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는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