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로맨스, 스릴러
개봉일 : 2018-09-06
감독 : 조성규
출연 : 최여진, 정채율, 류승수
등급 : 15세 관람가
제가 정말 신기해하는 한국 영화감독 둘이 있는데, 하나는 지금은 신재호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신동엽 감독이고 다른 한 명은 이 영화 [딥]을 감독한 조성규 감독이죠.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성과를 낸 적이 없는데도 꾸준히 영화를 찍고 있어요. 물론 성과를 비교하면 조성규쪽이 낫죠. 전 그의 적당히 홍상수 흉내를 낸 맛집 기행 영화들을 좋게 보는 편입니다. 단지 그의 경력이 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최근 그는 맛집 기행 영화를 떠나 스릴러에 도전 중입니다. 얼마 전에 [실종 2]라는 영화를 찍었고 올해는 [딥]을 들고 왔어요. 이번 주에 개봉되는데, 극장보다는 VOD 쪽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익이 날까요. 모르겠고요.
영화의 배경은 프리다이버의 천국이라는 필리핀의 보홀. 영화감독 승수는 여성 프리다이버를 소재로 한 새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역시 자신의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희진과 함께 이곳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그곳 강사인 시언과 희진은 전에 아는 사이였던 것 같고, 두 사람에겐 뭔가 수상쩍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 비밀 중 일부는 영화 시작부터 밝혀지는데 두 사람이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90년대에 유행했던 에로틱 스릴러 장르의 재료로 만든 영화입니다. 선정적이 되려면 엄청 선정적이 될 수 있는. 실제로 선정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예요. 필리핀 배경의 프리다이버 소재 영화이니까 몸매 예쁜 여자배우들을 물 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핑계가 서죠. 짧지만 (이성애) 섹스 신도 하나 있고, 그냥 배우들의 몸매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찍은 장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로 선정적이 되지는 못해요. 대놓고 야해지는 건 조성규의 스타일이 아닙니다.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반쯤 홍상수스러운 대화 장면이에요. 여자배우들을 보는 카메라의 시선도 눈요기감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면 좀 무덤덤합니다. 스릴러 영화의 완급 조절도 없고 영화 끝날 때까지는 사실 일어나는 일도 별로 없어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조금씩 진실에 가까워지지만 끝까지 도달하지는 못하는 추리물의 형식을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조성규의 스타일과 결합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죠. 단지 이야기의 재료가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베일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이 그렇게 궁금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죠.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도 쭈삣쭈삣 뻣뻣하기 그지없고요. 모든 부분이 그냥 열심히 하다가 만 느낌입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