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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심장

   개요   :  스릴러

   개봉일   :  미개봉작

   감독   :  얀 곤잘레즈

   출연   :  바네사 파라디, 케이트 모란, 니콜라스 모리, 노 에르난데스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얀 곤잘레스의 [칼 + 심장]의 시대배경은 1979년. 이 시대를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첫째, 70년대말은 지알로 영화의 전성기입니다. 둘째, 이 시기는 필름으로 찍은 포르노 영화가 극장에서 감상되었던 때입니다. 세째, 에이즈 시대 전이죠. [칼 + 심장]의 이야기는 이 세 점이 만들어내는 삼각형 안에 존재합니다. 

게이 포르노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안느는 게이 포르노 전문 제작사의 제작자인데, 얼마 전에 여자친구인 편집자 로이스에게 차여서 제 정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안느의 영화에 출연했던 남자 배우들이 가면 쓴 아르젠토식 연쇄살인마에게 한 명씩 무참하게 살해당합니다. 당연히 배우들은 안느의 차기작 출연을 거절하고요. 안느는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합니다. 바로 이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는 거죠. 그러는 동안 실제 범인이 누군지 수사도 해야 하고 로이스의 마음도 다시 돌려놓아야 하고. 영화 내내 무척 바쁩니다. 

피와 정액이 튀는 살벌하고 선정적인 이야기지만 영화가 그리는 게이 포르노 업계의 묘사는 의외로 따뜻합니다. 영화는 이 우스꽝스럽고 야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존중합니다. 포르노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마찬가지로 존중받습니다. 영화가 재창조한 게이 포르노 영화에도 미소가 섞인 향수가 느껴집니다. 이 영화 제작팀을 이끄는 가모장이 동성애자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분위기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안느는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심은 없죠. 배우들의 죽음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스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여간 영화는 좀 포르노와 살인을 섞은 [아메리카의 밤]처럼 보입니다. 

호러 영화로서는 어떨까. 재료와 스타일은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칼이 튀어나오는 딜도로 게이 남자를 죽이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7,80년대 지알로와 전성기 브라이언 드 팔마에서 영향을 받은 스타일로 그리는데, 드러난 진상이 너무 어처구니 없고 논리도 엉망이라 시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인 거죠. 단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서스펜스도 그냥 그렇고요. 7,80년대 관객들이 당시 영화를 보면서 주는 충격을 재현하는 대신, 요새 관객들이 당시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체험을 재현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포나 서스펜스의 강도보다는 그 강도가 약해져 더 잘 드러나는 당시 영화의 특별한 질감을 재현하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결과물은 딱 수십 년 정도 나이를 먹어 날카로움을 잃은 장르 영화 같습니다. 물론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 같은 건 어쩔 수 없이 21세기 스타일이고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요. 이 소재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랬다면 지금의 페티시적 즐거움이 좀 날아갔을 것 같습니다. 관객이 얼마나 만족했느냐와 상관없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된 것 같았어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