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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8-07-04

   감독   :  이준익

   출연   :  박정민, 김고은

   등급   :  15세 관람가



이준익의 신작 [변산]을 보고 왔습니다. 제목의 변산은 전라북도에 있는 산 또는 그 산을 끼고 있는 마을이에요. 김세겸이 쓴 각본 제목도 [변산]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새 이준익은 두 글자 제목을 고수하고 있잖아요. [박열] 때는 안 그랬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마케팅 팀에서는 [동주], [박열]을 잇는 청춘 3부작이 마지막 영화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준익은 그 홍보와 자기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변산]은 앞의 두 영화와 별 연관성이 없어요. 현대가 배경이고 실존인물의 전기도 아니잖아요. 억지로 3부작으로 맞추려면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과 더 잘 엮이죠. 음악하는 찌질한 남자가 주인공인 촌스러운 코미디요. 

영화의 주인공 학수는 무명 래퍼예요. [쇼 미 더 머니]에 개근상이라도 탈 양인양 꾸준히 참가하지만 늘 떨어지고 말죠. 이번에도 예선에서 탈락한 학수는 고향인 변산에서 전화를 받습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나요.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이번엔 노인네가 진짜로 죽을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학수는 친구 차를 타고 고향인 변산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는 아버지와 학교 친구들과 만나게 되지요. 어쩔 수 없이 발목이 잡힌 학수는 그 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 사람들과 다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래퍼가 주인공이지만, 힙합 문화에 대한 영화 같은 건 아닙니다. 김세겸의 원래 각본에서 주인공은 무명 배우였대요. 얼마 전 [럭키]가 히트하자 허겁지겁 각본을 바꾸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직업을 그대로 두었다고 해도 [럭키]와 비슷해졌을 거 같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이 설정은 꽤 잘 쓰인 거 같습니다. 중간중간에 익살스러운 코러스로 그럴싸하게 기능하고 있고, 이야기를 맺는 후반부에도 어울려요. 학수 역의 박정민이 직접 가사에 참여했는데, 그 때문에 더 자연스러워졌는지도 모르겠고. 

과연 청춘이 이 영화에서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의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고민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학수를 포함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이고 그들이 회상하는 고등학교 시절은 2005년 무렵인데, 특별히 세대의 특징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회상 장면은 오히려 좀 70년대 청춘영화스럽고 그렇습니다. 하긴 이준익과 김세겸에게 이들은 한참 어린 조카뻘이지요. 

청춘이나 힙합보다는 찌질한 남자들의 찌질찌질함에 더 관심을 쏟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다 찌질해요. 학수는 원래도 찌질했지만 변산에 와서 고향의 찌질찌질한 남자들과 지연, 학연, 혈연으로 엮이면서 이전보다 더 찌질해집니다. 아, 고향엔 여자들도 있습니다. 동네 미인이고 지금은 피아노 학원을 하고 있는 미경이 있고, 학수를 짝사랑했고 얼마 전에 등단한 소설가인 선미도 있지요. 이들은 모두 존재감이 뚜렷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지만 주변 남자들처럼 스스로 존재하지는 못합니다. 찌질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아주 좋아할 수 있는 부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억울하고 화가 난 채 관계를 끝내는 것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게 낫겠지만, 전 이 울타리 안의 연합이 늘 불편하고 수상쩍습니다. 특히 부자관계는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의 타이밍이 좋고, 잘 먹히는 농담들이 계속 터지며, 영화 내내 시선을 끄는 캐릭터들과 그들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결코 세련된 영화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재미있죠. 예상하셨을 거예요. 이준익 영화잖아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