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스릴러
개봉일 : 2017
감독 : 벤 하울링, 요란더 람크
출연 : 마틴 프리먼
등급 : 15세 관람가
어제 이야기한 단편 영화 [카고]의 장편 버전이 넷플릭스에 풀렸습니다. 감독과 각본은 단편 때와 같고 배우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좀비가 되어가는 아버지를 마틴 프리먼이 연기해요.
어떻게 장편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했죠. 전에도 말했지만 원작은 단편용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었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늘리고 빈 부분을 채우면 쓸데없이 장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설정과 기본 이야기는 같습니다. 갓난아기 딸이 있는 부부가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돌고 있는데 그만 아내가 좀비에게 물리고 좀비가 되고 나서는 주인공인 남편도 물어버립니다. 주인공은 좀비가 되기 전에 어떻게든 딸을 살릴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에게 시간이 좀 더 있습니다. 48시간요. 그러니까 목표가 조금 바뀌었어요. 단편에서는 딸을 살리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편 버전에서는 딸에게 좋은 보호자가 될 사람을 골라 줄 여유가 생겼습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오스트레일리아스러워집니다. 아버지는 황무지를 방황하는 동안 좀비 전염병이 닥친 뒤 자연으로 돌아간 원주민들과 천연가스가 나오는 땅에서 사는 백인 커플을 만납니다. 이들 중 누구에게 딸을 줄까? 영화는 전혀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호러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 게 될 생각도 없고요. 원작도 호러 자극보다는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부정에 초점을 맞추었잖아요.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무섭다기보다는 애잔한 편이고 그 밑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백인 리버럴의 죄의식이 깔려있습니다.
아주 날렵하게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여전히 단편을 늘린 느낌이 나요. 의미와 동기를 추가하긴 했지만 결말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각본이나 편집도 거친 편입니다. 하지만 용하게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이야기와 주제를 찾아냈고 만만치 않은 정서적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 기대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지만.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