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8-05-03
감독 : 토드 헤인즈
출연 : 줄리안 무어, 오크스 페글리, 밀리센트 시몬스, 미셸 윌리엄스
등급 : 전체 관람가
토드 헤인즈의 [원더스트럭]의 원작은 브라이언 셀즈닉의 동명 그림책이에요. 이 책은 20년대와 70년대로 나뉘는데, 70년대의 이야기는 대부분 문장으로, 20년대 이야기는 그림으로만 진행됩니다. 그러다가 후반에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이에요. 영화가 재미있으셨다면 원작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영화가 전달하지 못하는 그림책만의 효과가 있어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977년, 미시간 주 건플리트 호수 근방에 사는 벤이라는 소년이 가출해서 아버지를 찾아 뉴욕을 떠납니다. 뉴욕에서 그는 자연사 박물관 직원의 아들인 제이미와 친구가 됩니다. 1927년에는 뉴저지 주 호보켄에 사는 로즈라는 소녀가 뉴욕에서 무대 공연 준비 중인 무성 영화 스타 릴리언 메이휴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옵니다. 그러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가게 돼요.
영화도, 책도 엄청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두 이야기가 아주 잘 붙는 것도 아니고 막판에 밝혀지는 비밀이 그렇게 놀랍지도 않습니다. E. L.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의 영향을 받긴 했는데(박물관 배경의 어린이 이야기를 쓰면서 어떻게 안 받을 수가 있겠어요), 그 책만큼 이야기의 재미는 없죠. 그게 당연한 것이, 브라이언 셀즈닉의 이야기는 그림책의 효과를 우선으로 하고 있거든요. 영화로 옮기면 그 효과가 많이 날아가서 이야기의 밋밋함이 더 드러나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더스트럭]은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일단 20년대와 70년대의 시대 배경을 굉장히 잘 살렸어요. 이야기가 아주 잘 붙지는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번갈아가며 만들어내는 음악적 효과는 상당합니다. 영화는 무성영화로서도 여러 실험을 하고 있어요. 일단 20년대는 무성영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영화는 그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이 모두 농인이기 때문에 (로즈는 처음부터 그랬고, 벤은 초반에 사고로 그나마 들리던 귀도 안 들리게 되었어요) 귀가 들리지 않는 환경을 표현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개입됩니다. 그 때문에 음악이 잔뜩 들어가는 건 아이러니지만요.
스토리의 재미보다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의 마법이 더 중요한 영화입니다. 박물관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찬이기도 하고요. 밋밋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감정선이 잘 살고 캐릭터도 좋아서 후반부의 정서적 고양 효과가 상당합니다. 농인 사회와 캐릭터에 대한 접근법도 좋고요. 이 예의바른 접근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실제 농인 배우인 밀리센트 시먼스를 캐스팅한 것이겠지만요. 여전히 덜컹거릴 수밖에 없지만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의 결과물인 거 같아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