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판타지
개봉일 : 2018-02-22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기예르모 델 토로의 몬스터 사랑은 유명하잖아요, 유명한 정도가 아니라 그의 정체성 일부이기도 하지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델 토로는 이 사랑을 극한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몬스터와 섹스하는 여자 이야기거든요.
몬스터 이야기에서 섹스는 언제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죠. 정말 섹스가 나오는 영화는 별로 없겠지만 [킹콩]부터가 인간 여자에게 성욕을 품은 수컷 괴물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하지만 델 토로는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이 영화는 괴물에게 성욕을 품은 인간 여자 이야기예요. 몬스터 사랑을 다양하게 표현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볼티모어입니다, 주인공 일라이자는 정부 소속 연구소의 청소부예요. 어느 날 그 연구소에 남미에서 신으로 숭상받았다는 양서괴물이 잡혀옵니다. 괴물에게 연민을 느끼고 서툴게 대화를 시도하던 일라이자는 괴물이 해부될 거라는 소식을 접하고 그를 탈출시킵니다. 하지만 사악한 보안담당 리처드 스트릭랜드가 그들의 뒤를 쫓죠.
이 영화의 배경은 실제 60년대라기보다는 할리우드 영화 속 60년대입니다. 일단 50년대 호러 영화 속 양서괴물이 당연하다는 듯이 살고 있는 세계잖아요. 심지어 일라이자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도 60년대 스타일 와이드스크린 영화관 위고요. 단지 영화는 이 세계를 뒤집고 있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실제 60년대 영화라면 조연이거나 악당인 사람들, 그러니까 장애인 여성, 흑인 여성, 중년 게이 남자 등등이고, 주인공이었을 법한 미군 장교가 악당입니다. 너무나 완벽하게 뒤집혀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복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지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을 정말 싫어하는데,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소재나 묘사는 굉장히 자극적이거든요. 괴물과의 섹스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고 폭력묘사도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영화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로 묶어 아주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그립니다 특히 일라이자의 성욕을 표현할 때 그래요. 달걀 삶기와 자위행위가 정확하게 같은 어조로 묘사되는 영화입니다. 그 때문에 60년대라면 그냥 포르노였을 이야기의 재료를 갖고 가슴 아린 로맨스를 푸는 게 가능한 것이죠.
영화는 몬스터 예찬인만큼이나 샐리 호킨스 예찬이기도 합니다. 이 배우의 불쌍하고 처량하고 귀여우면서도 위엄있는 그 모든 이미지를 정말 완벽하게 써먹고 있어요. 어떤 때는 기존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써먹고 어떤 때는 뒤집어 도발하기도 하지요. 호킨스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입니다. 지금 상영하고 있는 [패딩턴 2]와 이어서 보면 더 좋고.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