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8-02-14
감독 : 조근현
출연 : 정우, 김주혁, 정진영
등급 : 12세 관람가
조근현의 [흥부]는 좀 어리둥절한 계획입니다. 예고편을 봐도 이게 뭐하는 영화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는데, 다 보고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난해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시작부터 끝까지 다 알아먹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왜 [흥부]인 거예요?
이 영화의 흥부는 음란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시대배경은 헌종 14년. 흥부는 홍경래의 난 때 형 놀부와 헤어졌어요. 작가가 된 것도 이름을 알려 형을 찾기 위해서고요. 흥부는 형을 알고 있다는 조혁이라는 선비를 찾아갑니다. 조혁은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는 선한 인물이지만 형인 조항리는 욕심이 많고 권력에 눈이 멀었습니다. 흥부는 이 형제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흥부전]을 씁니다. 그러는 동안 조항리는 정감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킬 음모를 꾸미고요.
이야기가 연결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왜 [흥부전]이 여기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죠. 연결도 이상하고요. 아니, 어린 시절부터 찾고 있던 형이 의적이 되었어요. 근데 왜 그 사실을 아는 작가가 악당 이름에 형의 이름을 붙이나요? 자기 이름은 또 왜 주인공 이름으로 쓰는 거냐고. 그리고 이게 이 스토리와 맞나요? 차라리 [정감록] 이야기를 끄집어와 본격적으로 쓰는 게 낫지 않나요?
그렇다고 영화가 방각본 시절 대중 소설 작가라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흥부는 딱 요새 인기 방송 작가 같고, [흥부전]과 같은 고전들의 진짜 기원은 무시하고 있으며, 당시 대중소설들이 어떻게 집필되고 팔렸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전 늘 이게 신기해요. 역사 속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재료들이 있어요. 하지만 소위 퓨전 사극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재료들을 발굴하는 대신 드러난 재료들을 뻔한 '현대적 상상력'으로 부풀려서 익숙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배우들은 모두 좋고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 형식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무 천이나 모아 계획없이 짜깁기한 넝마 같은 영화입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