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공포
개봉일 : 미개봉작
감독 : 제레미 길레스피, 스티븐 코스탄스키
출연 : 엘렌 웡, 캐슬린 먼로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시골마을 경찰관인 대니얼 카터는 밤순찰을 돌다가 심한 부상을 입은 남자를 발견하고 의사인 아내가 일하는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그 병원은 저번에 일어난 화재사고 때문에 이사를 갈 준비를 하고 있어서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들이 철수한 상태예요. 그런데 남자를 입원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간호사 한 명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환자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얼굴에 삼각형이 그려진 하얀 유니폼을 입은 광신도들이 병원을 둘러싸기 시작하네요.
[살인병동]은 스토리보다는 만드는 과정에 의해 정의되는 영화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소위 '코스믹 호러'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애매합니다. 그냥 좀 향수 돋죠. 존 카펜터가 80년대나 90년대에 영화로 만들었을 법한 그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도 그 무렵에요. 브라운관 컴퓨터를 쓰고 아직 휴대전화는 없는 막연한 과거요.
영화에서 스토리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특수효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디지털 효과를 거의 쓰고 있지 않아요. 아주 안 쓰는 건 아니겠지만, 알맹이가 되는 고어 묘사, 괴물 묘사에는 대부분 80년대 영화에서 썼을 법한 구식 효과들을 쓰고 있습니다. 검색해봤다니 이 영화를 만든 두 감독인 제레미 길레스피와 스티븐 코스탄스키는 아트 디렉터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본업이더군요. [살인병동]은 자기네들의 장기를 발휘하기 위한 놀이터였던 셈입니다.
결과는 어떠냐. 괜찮습니다. 아주 사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대부분 사실성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장면들은 아니거든요. 이 영화의 라텍스 괴물들에겐 아직 CG가 따라잡지 못하는 강한 존재감과 징그러움이 있어요. 단지 역동성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지죠. 영화가 모델로 삼았을 존 카펜터의 [괴물]에 비해서도 그렇습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괴물]은 과거의 기술을 썼어도 일급 영화였지만 이 영화는 아니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영화들이 나오겠죠. 일종의 틈새 시장이기도 하지만 영화쟁이들이 직접 조물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를 이렇게 쉽게 잊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