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판타지
개봉일 : 2017-12-14
감독 : 라이언 존슨
출연 :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등
등급 : 12세 관람가
새 [스타워즈] 3부작의 문을 연 [깨어난 포스]는 오리지널 삼부작의 첫 번째 영화였던 [새로운 희망]의 줄거리를 거의 리메이크한 것 같은 스토리에 새로운 캐릭터를 얹은 발랄하고 향수자극하는 작품이었죠. 영리하고 날렵했지만 큰 야심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영화인 [라스트 제다이]는 만만치 않은 대작입니다. 대작일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틀에 도전하는 엄청 용감한 영화이기도 하지요.
이야기 구조는 사실 익숙합니다.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을 묶어 놓은 거 같달까요. 레이아가 이끄는 저항군은 퍼스트오더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레이는 루크를 찾아가 제다이 수련을 받으려 하고요. 레이가 나중에 친구들을 찾아 돌아오면 [제다이의 귀환]스러운 갈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여러 모로 낯선 영화입니다. [스타워즈] 영화들을 관통하는 주제와 소재들이 있잖아요. 그리스 비극 같은 막장 가족극, 제다이와 포스에 기원을 둔 고대 종교 같은 거요. 영화는 이 당연한 것들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혈통이나 출생의 비밀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다이는 지나치게 오래 우주에 존재했었는지 몰라요. 빛과 어둠의 익숙한 갈등은 의외로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라스트 제다이]는 지금까지 나온 [스타워즈] 영화 중 가장 젊습니다. 익숙한 세계를 다음 세대의 젊은이가 물려받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은 그 세계 자체를 파괴하고 새로운 우주를 열 수도 있습니다. [제다이의 귀환] 이후 처음으로 [스타워즈] 세계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아까 [라스트 제다이]가 더 대작이라고 했는데, 그건 세계가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앞의 [스타워즈] 영화들은 사실 우주적 스케일의 가족극이었고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제다이가 아니고 특별히 대단한 운명을 타고난 것도 아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온전한 개인으로서 스포트라이트 안으로 들어옵니다. 새로 등장한 캐릭터인 로즈가 이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익숙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그래도 스포일러 없이 보시기 바랍니다. 큰 그림은 익숙하지만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고 효과적인 국면전환이 많은 영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익숙함을 대놓고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의외로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서스펜스도 대단합니다. 스토리만 본다면 이들 중 다음 편의 출연을 보장받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거든요. 다들 고만고만한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결말만 본다면 시리즈 중 가장 어둡고 희망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감각이 만만치 않은 영화이기도 해요. 농담 대부분은 무덤덤하게 시니컬하지만 가볍지는 않습니다. 일단 나오는 캐릭터들을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으까요.
완벽한 영화 같은 건 아닙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의 설정과,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가 계속 충돌하며 이질적이고 불균질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영화죠. [제국의 역습]처럼 그 자체로 완결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아름답고 야심적이고 도전적이며 생동감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스타 워즈] 시리즈 중 이 영화만큼 생생하게 살아있었던 영화는 없었던 거 같아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