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개봉일 : 2017-08-10
감독 : 데이비드 F.샌드버그
출연 : 스테파니 시그만, 탈리타 베이트먼, 앨리시아 벨라 베일리, 미란다 오토
등급 : 15세 관람가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애나벨: 인형의 주인]을 보았습니다. 아, 물론 이 작품이 [컨저링] 시리즈에서 나온 [애나벨]의 프리퀄이란 건 알았죠. 하지만 그런 건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까. 하여간 전작 [애나벨]이 그냥 그런 영화였기 때문에 별 기대는 없었고 그냥 시리즈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봤는데 의외로 괜찮은 호러였습니다.
시대배경은 1950년대. 친절한 장난감 장인이 제공한 낡은 시골 저택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가톨릭 고아원의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이 집 부부는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아이의 방은 자물쇠로 잠겨있지요. 그리고 방 안에는 장인이 오래 전에 만든 흉악하게 생긴 인형이 갇혀있습니다.
아카데미상을 탈만한 각본은 아닙니다. 그냥 귀신들린 집과 인형을 다룬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익숙한 재료들이 총동원된 이야기예요. 주인공들을 위기에 몰아넣기 위해 무리하는 부분도 많고요. 그러니까 보면서 "무섭다면서 넌 거기 왜 들어가니? 왜 그걸 만져! 왜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해?"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먹힙니다. 재료도 뻔하고 이야기도 뻔한데, 영화는 관객들을 가지고 노는 기술과 힘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아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이 모두가 뻔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힘센 호러가 나온 건지도 모르죠. 앞으로 무엇이 닥칠지 관객들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림이 더 무서운 거죠.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어린 여자아이들이기 때문에 공포 효과가 더 증대되기도 합니다. 역시 거의 반칙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한 도구지만 그래도 먹혀요. 익숙한 멜로디를 근사하게 편곡해서 끝내주는 기교파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광경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화는 소위 [컨저링]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 이 아이디어 자체가 이상합니다. [컨저링]은 '실화'가 소재가 아니었던가요? 게다가 이 영화에서 이 확장 시도는 좀 구차스러운 짐 같습니다. 독립적인 영화였다면 훨씬 날렵하고 효과적이었을 작품이에요. 할리우드 사람들 생각은 다르겠지만.
[라이트 아웃]의 다비드 F. 산베리가 만든 두 번째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요샌 [샤잠] 감독 준비 중이라고요. 빠릅니다.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