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판타지
개봉일 : 2017-06-06
감독 : 알렉스 커츠만
출연 : 톰 크루즈, 소피아 부텔라, 애나벨 월리스
등급 : 15세 관람가
요샌 다들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려고 설치고 있지만 유니버설 호러의 주인공들을 모아 '다크 유니버스' 영화들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 이런 건 코미디가 아닌 무언가로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도를 한 선배들도 다 코미디였어요. [애봇과 코스텔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 [악마 군단], [매드 몬스터 파티?] 같은 영화들을 보세요. 너무 진지해지면 이상합니다.
[미이라]는 다크 유니버스를 여는 첫 작품입니다. 음, 그럼 전에 나온 [드라큘라 언톨드]는 뭐죠? 상관 없는 영화인가? 모르겠습니다. 검색하면 나오겠지만 굳이 챙겨가며 알고 싶지는 않군요.
시대배경은 현대입니다. 도덕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모튼이라는 미국남자가 이라크에서 이집트 유적을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아버지를 죽이고 파라오가 되려고 했던 아마네트 공주의 미이라가 있었죠. 모튼과 고고학자 제니 할시는 그 미이라를 갖고 영국으로 오는데, 그만 비행기가 추락해버립니다. 깨어난 아마네트 공주는 지구를 정복하려 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살아남은 모튼은 할시의 고용주인 지킬 박사로부터 지금까지 그가 살아왔던 행성이 보기처럼 단순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시리즈의 첫 영화가 해야 할 일은 믿음직하고 재미있는 세계를 열어보이는 것입니다. [미이라]는 그런 면에서 완전한 실패작입니다. 살아서 돌아다니는 고대의 미이라가 굳이 지킬 박사와 같이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투명인간도 나오고 늑대인간도 나오겠지만 그들이 이 세계를 특별히 재미있게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는 안 생겨요. 너무 믿음이 안 가서 가끔 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오긴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애봇과 코스텔로 영화의 천진난만한 재미와 연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이라 영화로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네트 공주 역의 소피아 부텔라가 인상적이긴 한데, 비중이나 파워가 그냥 그렇습니다. 작가들의 대우도 안 좋고요.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메가메가메가스타인 톰 크루즈라는 것이죠. 당연히 그에게 모든 조명이 돌아가요. 이러면 몬스터 영화의 균형이 깨지죠.
그냥 포기하고 톰 크루즈 영화로 보면 될까요? 근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크루즈가 연기한 모튼이 신기할 정도로 매력이 없는 존재란 거죠. 크루즈가 늘 개성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인물들을 연기했던 것은 아니지만 크루즈의 스타성과 그들이 결합하면 늘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힘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모튼은 그냥 재수없고 불쾌하며 지루합니다. 몸을 던져 찍은 스턴트 액션도 이 캐릭터를 구원하지는 못해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영화입니다. 돈을 잔뜩 받는 할리우드 일급 전문가들이 모여 찍은 돈 많이 든 블록버스터예요. 군데군데 재미있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이디어와 재료가 워낙 나쁘다보니 이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멀리서 그들이 짜증내며 터트리는 욕이 들리는 것도 같고요. 영화가 끝나자 이어지는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바닥을 쳤고 전 영화가 뻔뻔스럽게 인용한 [라이프포스],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과 같은 영화들이나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