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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 비밀의 숲

   개요   :  애니메이션, 가족

   개봉일   :  2017-04-28

   감독   :  켈리 애스버리

   출연   :  맨디 파틴킨, 데미 로바토, 레인 윌슨 등

   등급   :  전체 관람가



얼마 전에 나온 극장판 [스머프] 영화 두 편은 여러 모로 이상한 기획이었습니다. 가짜 중세의 동화 배경이 어울리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현대 뉴욕으로 가져오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나요? [스머프]를 보고 자란 어른 관객들을 노렸던 모양인데 완전히 잘못된 계산. 게다가 실사 캐릭터들과 맞추느라 스머프의 눈 모양을 보다 사람처럼 바꾸었는데, 이건 정말 최악의 디자인 실수였습니다.

[스머프: 비밀의 숲]은 앞의 두 편을 포기하고 원래의 루트로 돌아옵니다. 실사 배우들은 쫓아 버렸고 스머프 디자인도 원래대로 돌아왔으며 현대 언급도 사라졌습니다. 스토리도 익숙합니다. 중세의 숲 속에서 가가멜에게 쫓기는 스머프들의 대모험요.

그렇다고 영화가 원작의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스머프: 비밀의 숲]은 여전히 현대적인 영화입니다. 음악도 요새 것이고 (맘에 안 듭니다) 심지어 스마트폰도 나오는 걸요. 똘똘이 스머프가 들고 다니는 무당벌레가 현대 스마트폰이 하는 거의 모든 걸 하죠.

그러나 이 영화의 현대성은 무당벌레 스마트폰과 같은 소도구가 아니라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깔려 있습니다. 영화는 20세기 중반에 나온 이 원작의 설정을 재검토하고 있어요. 앞의 두 영화에서처럼 단순히 설정을 놀려대며 킬킬거리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영화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젠더 문제입니다. 원래 스머프 마을은 남자들만 사는 곳입니다. 이들은 거의 무성이지만 누가 봐도 남자인 캐릭터들을 무성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태도죠. 여기에 가가멜이 마법으로 만든 스머펫이 등장하면서 이 무성의 위장도 깨어져버립니다. 그렇다고 스머프 세계가 양성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에요. 스퍼펫은 마을에 유일한 여성으로서 소수자가 되어 버립니다.

영화는 원작이 은근슬쩍 대충 넘어가고 있는 이 상황을 제대로 다룹니다. 스머펫의 정체성 고민은 이전에도 나왔던 것이지만 이를 '남성 = 보편성'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깨트리는 방식으로 쓴 건 이 영화가 처음이죠.

내용은 단순합니다. 모두 자기만의 역할과 개성에 관련된 이름을 갖고 있는 스머프 마을에서 혼자만 '스머 + 펫'인 스퍼펫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금지된 숲에 사는 다른 스머프들에 대해 알게 된 스머펫은 그들을 공격하려는 가가멜의 음모를 알려주려 친구들과 함께 숲으로 들어갑니다.

굉장히 창의적인 이야기라고는 못하겠어요.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전에도 수백번은 나왔겠죠. 후반부의 해결 같은 건 지나치게 수월한 것 같고, 어떤 때는 지나치게 [아바타] 패러디에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중반을 넘기면 우리가 알고 있던 스머프 세계의 이상한 비대칭성은 무자비하게 파괴됩니다. 금지된 숲엔 여자 스머프 마을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던 스머프 남자들은 '보편성'이 아니었고 그들의 모험담은 전체 스머프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험의 절반에 불과했던 것이죠. 여자 스머프들의 "우린 숨어 있지 않았어! 우린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어!"란 외침은 그래서 들으면 울컥합니다.

[스머프: 비밀의 숲]이 스머프 우주를 확장시키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합니다.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다음 편부터 다른 쪽 스머프들이 없는 척 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