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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딸

   개요   :  코미디, 드라마

   개봉일   :  2017-04-12

   감독   :  김형협

   출연   :  윤제문, 정소민

   등급   :  12세 관람가



[아빠는 딸]이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시사회 며칠 전에야 알았습니다. 이가라시 타카히사의 [아빠와 딸의 7일간]이 먼저 있었고 그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가 있었다는군요. 그러니까 각색물을 넘어 리메이크인 거죠. 물론 같은 원작을 각색한 다른 각색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모르겠어요. 소설과 드라마 모두 안 봤으니 이 영화와의 연결성이 어떻게 되는지 저는 모르죠.

몸이 바뀌는 코미디입니다. 딸과 아빠가 오래된 시골 은행나무 밑에서 말다툼을 하는데, 글쎄, 그 나무가 소원을 들어주는 기적의 나무였던 거죠. 그리고 그 나무는 "내 입장이 되어 봐라!"라고 씩씩거리는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며 서로의 영혼을 바꾸어 버립니다. 기적은 일주일 동안 먹히기 때문에 그 동안 상대방의 몸 속에서 사고치지 않으려 조심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어요. 아, 둘이 싸워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그 몸 속에 그대로 남아야 하거든요.

보면서 '굳이 판권을 살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이나 이야기가 안전해요. 이렇게 몸이 바뀌는 코미디는 이야기 만들기가 굉장히 쉽죠. 낯선 환경에서 당황해하다가 작가의 장기를 이용해 의외로 선전하다가 위기에 빠지고...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영화는 그 순서를 거의 생각없이 따라가요. 줄거리를 읊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죠. 이미 영화 보기 전에 다들 짐작하고 계실 테니.

몇몇 주제와 소재는 좀 아깝긴 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빠의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딸은 이 영화에서 [빅] 식의 통찰력과 발전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영화는 무난하고 나이브한 연설로 딸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요. 딸 몸 속에 있는 아빠 역시 대한민국 여자고등학생이 겪는 고민 속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 역시 흔한 공부 이야기로 얼렁뚱땅 넘어가버리죠. 2시간 안쪽의 가족 코미디라는 설정 안에서 무리하지 않게 쉬운 길로만 가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내용보다 배우 보는 재미가 더 큰 영화입니다. 그리고 윤제문과 정소민은 모두 이 틀 안에서 신나게 놉니다. 특히 정소민은 의외로 코미디 감각이 좋은 배우더군요. 하지만 이들이 정확하게 서로를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모두 상대방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근방에 있는 아저씨와 여자 고등학생의 스테레오타이프를 흉내낸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영화가 그 이상의 섬세함을 요구하지 않으니 별 상관이 없긴 합니다만.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