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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개요   :  판타지, 뮤지컬, 로맨스

   개봉일   :  2017-03-16

   감독   :  빌 콘돈

   출연   :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루크 에반스

   등급   :  전체 관람가



[미녀와 야수]가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각본은 오묘하게 구멍투성이이고 디즈니 영화치곤 이상할 정도로 그림이 불안하게 흔들리죠. 그렇다고 나쁜 영화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요. 결점이 여기저기 보일지는 몰라도 굉장히 재미있고 강렬하며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굳이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렇잖아요.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지금의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전혀 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겠지만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가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적 관점을 도입한 첫 번째 영화잖아요.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하지만 디즈니 쪽 사람들은 저랑 생각이 달랐고 기어이 엠마 왓슨 주연의 [미녀와 야수]를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건 교정의 욕구예요. 앞에서 말했듯 이번 리메이크는 관점 자체를 바꿀 수 없습니다. 수정만 가능하죠. 우선 영화는 원작에서 좀 이상한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은 시간이 좀 흐르는 것 같죠. 야수의 성에서는 몇 개월이 흐른 거 같은데, 마을에서는 며칠밖에 안 지난 거 같지요. 영화는 이를 정리했습니다. 성에서는 마법에 걸려서 계절이 좀 다른 거죠.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보일 수 있었던 요소들도 정리했고 주인공 벨의 심리 묘사도 조금씩 바로잡았습니다. 여기에 약간 더 나아간 부분도 있어요. 벨은 이제 아버지처럼 발명가입니다. 악당 가스통을 따라다니는 르푸는 동성애자로 설정했고요. 

이심쩍은 부분들이 고쳐지고 다듬어졌으니 보다 매끄러운 영화가 나와야 할 텐데... 결과물은 정반대입니다. 오리지널 [미녀와 야수]는 날렵하고 유려했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덕지덕지 쓸데없는 것들이 잔뜩 붙었어요. 새로 삽입된 노래는 대부분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수준이며, 원래 노래들도 계속 흐름이 깨지고 속도가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원작의 영화적 매력이 떨어져요. 애니메이션 영화의 마술로 가득했던 원작에 비하면 새 [미녀와 야수]는 그냥 브로드웨이 극장 세트를 찍은 것처럼 보입니다. 

캐스팅은 좋습니다. 엠마 왓슨은 의외로 뮤지컬을 잘 소화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허마이오니의 이미지가 벨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변신 후가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댄 스티븐스의 야수도 기대이상이고. 루크 에반스의 가스통과 조시 개드의 르푸도 그럴싸해요. 특히 르푸는 도덕적 갈등이 더해져서 원작보다 더 깊어졌어요. 하지만 이들이 드라마 속에서 잘 엮여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뭔가 잘 맞지가 않아요. 

요약하면 좋은 건 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나왔고 새로 추가된 것들은 대부분 본전치기거나 잉여입니다. 원작을 안 본 사람이라면 더 좋게 볼 수도 있긴 할 거예요. 그래도 원작을 먼저 보는 게 순서입니다. 굳이 이 리메이크로 오리지널의 감흥을 깰 필요는 없죠.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