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범죄
개봉일 : 2017-02-09
감독 : 박광현
출연 :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등
등급 : 15세 관람가
[조작된 도시]는 [웰컴 투 동막골]의 감독 박광현의 신작입니다. 그 동안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검색해보니 2013년에 [안녕, 내 사랑]이라는 30분 길이의 한중합작 영화를 찍긴 했더군요.
영화의 주인공은 권유라는 백수입니다. 이전엔 태권도 국가대표였다던데 사고치고 떠난 뒤에 게임 폐인이 되어 PC방에 박혀 살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 고등학생을 강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체포됩니다. 방에는 살인 흉기가 굴러다니고 현장엔 자기 지문이 찍혀있고. 빠져나갈 구석이 없네요. 결국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갑니다.
막막한 상황인데, 영화는 그래도 돌파구를 찾습니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증인이 있다는 말을 들은 권유가 탈옥한 거죠. 그 증인은 결국 못 만났지만 대신 옛날 게임 멤버들을 만난 권유는 자신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운 악당들을 찾아나섭니다.
영화의 기반이 되는 아이디어는 재미있습니다. 현실세계에선 별 게 아닌 게임 폐인들이 현실세계의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거죠. 당연히 게임 세계의 논리와 방법이 현실 세계의 액션에 대입되겠죠. 그러는 동안 뜻밖의 액션이 나올 수도 있고 계산을 잘못해 한심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고요. 가능성이 많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엔 제가 기대했던 장면들이 거의 나오지 않더군요. 멤버 중에 특수효과 전문가도 있고, 해커도 있고, 건축학 교수도 있는데, 이들이 각각의 장점을 합쳐 뭔가를 하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나오더라도 건성이고요. 보다보면 캐릭터의 설정을 왜 저렇게 낭비하는지 궁금해집니다.
마땅히 나와야 하지만 나오지 않는 이런 액션들의 빈 자리를 차지하는 건 흔한 한국 액션물의 재료들입니다. 한없이 억울한 남자주인공이 영화 내내 울분을 터트리면서 개고생하는 거죠. 폭력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없고 각본에서는 재미있었을 수도 있는 설정들이 영화의 패닉 상태 속에서 형태를 잃고 흐트러집니다. 한 마디로 머리를 안 써요. 모든 영화가 다 지능적일 필요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이렇게 머리를 안 쓰면 직무유기죠.
영화는 권력과 부를 이용해 법을 피해가는 거물들을 악당으로 삼고 있는데, 여기에 사회비판의 의미가 있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겐 그냥 자위행위처럼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