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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드

   개요   :  서스펜스, 드라마

   개봉일   :  2017-01-11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  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 리지 캐플란

   등급   :  15세 관람가



전 [얼라이드]라는 영화를 구성하는 재료를 좋아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도 좋고, 첩보물이라는 장르도 좋아하며, 마리옹 코티아르와 브래드 피트가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스타들처럼 나오는 것도 좋아요. 예고편에선 제메키스가 자기만의 [카사블랑카]를 만들려 한다는 야심이 느껴졌는데, 그것도 좋게 봤습니다. 근데 정작 영화를 보니 그 좋은 재료를 제대로 쓴 것 같지가 않더란 말입니다.

도입부는 만족스럽습니다. 캐나다 첩보요원인 맥스 바탄은 프랑스령 모로코에서 마리안 부세주르라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요원을 만납니다. 둘의 임무는 카사블랑카에서 독일인 대사를 암살하는 것이죠.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옛날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스타의 광휘가 번쩍거리는 두 사람이 이국적인 배경에서 환상적인 액션을 하면서 서로에게 매혹됩니다. 특히 마리안을 연기하는 마리옹 코티아르는 그냥 '무비스타!'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죠.

이들은 영국에서 결혼합니다. 그리고 안나라는 딸을 하나 낳아요. 이제 남은 전쟁만 견디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맥스에게 끔찍한 소식이 날아듭니다. 마리안이 진짜 마리안이 아니라 독일인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게 사실이라면 아내를 자기 손으로 처형해야 하는 맥스는 어떻게든 이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당연히 이해합니다.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후반부의 이야기는 꽤 재미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안 그렇습니다. 분명 엄청난 불안과 서스펜스가 있는데, 이게 제대로 흐르지를 못하는 겁니다. 맥스 바탄은 공감가는 인물이지만 정작 그가 하는 행동에 동조하기도 쉽지 않아요. 아내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가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러는 동안 레지스탕스 동지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건 곤란하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이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요.

더 큰 문제는 영화가 마리안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마리안은 카사블랑카에서 휘황찬란하게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여기에 레이어가 한 겹 더 씌워졌으니 호감이 떨어질 수는 있어도 더 재미있는 인물이 되어야 하죠. 그게 이 설정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걸 못해요. 겁을 먹어서인지, 캐릭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후로 마리안은 완전히 낭비됩니다. 아무 것도 못하는 각본에 결박당하는 거죠. 후반은 그냥 구닥다리 신파고요. 더 잘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