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멜로/로맨스
개봉일 : 2017-01-04
감독 : 주지홍
출연 : 차태현, 김유정, 서현진
등급 : 12세 관람가
지금은 충무로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20세기 유행으로 유행가 제목을 딴 영화가 있죠. 그 중 일부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요. 7080 가수들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별별 영화들이 다 나옵니다. 대부분 잊혀졌지만요.
주지홍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유재하의 동명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입니다. 가수가 오래 전에 고인이 되었으니 직접 출연하지는 못하죠. 하지만 영화는 노래를 아주 성실하게 쓰고 있습니다. 노래는 영화의 주제를 결정하고 분위기를 잡으며 클라이맥스의 주인공이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형은 작곡가입니다.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려고 가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죠. 깨어나 보니 엉뚱하게도 이형의 영혼은 임신한 고등학생 말희의 몸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형은 말희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괴짜 고등학생 스컬리의 도움을 받아 말희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만, 말희의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이혼 위기의 박형사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속인간 샘]이라는 이해가 안 되는 제목으로 방영된 텔레비전 시리즈 [퀀텀 리프]와 설정이 많이 닮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사람들의 몸을 오가면서 숙주의 문제를 해결하죠. 단지 시간여행이 개입되어 있지 않고 SF적 요소가 제거되어 있습니다. 형식도 비슷하면서 조금 다릅니다. [퀀텀 리프]에서 우린 숙주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반반입니다. 주인공의 입장이 주가 될 때는 이형을 연기하는 차태현이 연기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숙주를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이 차태현을 연기하죠. 경계선이 그렇게 뚜렷한 편은 아닙니다만.
텔레비전 시리즈 에피소드를 한 다섯 개 정도 묶은 구성이니 각각의 에피소드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다보면 주인공에게 그런 결정이나 선택을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과연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고등학생의 임신은 사랑과 긍정적인 태도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퀀텀 리프]와는 사정이 다르죠. 거기서는 주인공이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영화는 대체로 사람이 좋습니다. 목소리가 크지 않고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을 꼼꼼하게 배려하는 태도 때문에 편안하게 볼 수 있죠. 낭비되는 캐릭터는 없으며 (이런 말을 하는 게 칭찬이 된다는 게 어처구니 없지만) 성비도 맞습니다. 차태현의 연기를 다른 배우들이 골고루 나누어가지기 때문에 각각의 배우들이 빛날 기회도 많아집니다. 아, 그리고 여자배우들을 최대한 예쁘게 찍어주었더군요. 특별할 것 없이 무난한 영화지만, 그래도 보면서 반가웠습니다. 이런 중간급의 로맨틱 코미디가 요샌 너무 적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