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공포, 스릴러
개봉일 : 2016-11-23
감독 : 애덤 윈가드
출연 : 칼리 헤르난데스, 제임스 앨런 맥퀸, 코빈 리드
등급 : 15세 관람가
제목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이번 주에 개봉되는 영화의 제목은 [블레어 위치]. 전에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오지 않았냐고요? 아, 그 때 제목은 [블레어 윗치]였어요. 원제는 [The Blair Witch Project]였고요. 이번 영화의 원제는 그냥 [Blair Witch]이고 17년만에 나온 [블레어 윗치(!)]의 두 번째 속편입니다. 귀찮군요.
근데 우리에게 [블레어 윗치]의 속편이 필요할까요? [블레어 윗치]는 17년 전엔 최첨단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생산적인 영화였죠. 이후 나온 수많은 가짜 다큐멘터리 호러영화들은 모두 [블레어 윗치]의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그건 [블레어 윗치]라는 상표가 의미를 잃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사방에 가짜 다큐멘터리 호러가 널려있는 이 때에 차별화되는 [블레어 윗치]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요? 이 영화의 세계관이 속편을 가능하게 할 만큼 재미있는 걸까요?
하여간 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유아 넥스트]의 애덤 윈가드에게 돌아갔고 그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설정을 만들었습니다. 1994년에 버키츠빌에서 실종된 헤더의 동생 제임스가 SNS에 올라간 1999년의 영상에서 누나의 형상 비슷한 것을 발견합니다. 누나가 살아있다고 믿게 된 제임스는 친구들을 모아 버키츠빌로 가요. 거기서 영상을 찍은 커플과 만나 숲으로 들어가죠. 2000년에 나온 첫 번째 속편 이야기는 나오냐고요? 안 나와요. 솔직히 말해 그 영화는 기억도 안 나는군요.
[블레어 위치]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건 기술의 발달입니다. 1994년, 버키츠빌에 들어간 학생들은 짐들이 어마어마했고 다루기도 힘들었지요. 그런데도 카메라는 겨우 두 개였고요. 하지만 이번에 숲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은 별별 카메라를 다 갖고 있어요. 다들 작고 다루기도 편하지요. 귀에 끼는 카메라도 각각 하나씩 갖고 있어서 굳이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별다른 작동 없이 대화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찍을 수 있고요. 아, 드론도 있어요. GPS 장치는 당연하고. 덕택에 영화는 오리지널 영화보다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과 같은 것들이 참 자연스럽습니다.
세월과 함께 가짜 다큐멘터리 호러의 테크닉과 트릭도 발전했고 그 변화가 이 속편에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거의 맨땅에서 시작했던 [블레어 윗치]는 모든 게 거의 진짜 같았습니다. [블레어 위치]의 경우는 아무리 봐도 그냥 '가짜 다큐멘터리 호러' 같습니다. 많은 장면들이 지나치게 편리해서 오히려 설정 같고요. 솔직히 좀 포기한 것 같다는 의심도 들어요. 설정에 비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영화 이야기에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모두 영화배우처럼 생긴 것도 몰입을 방해하고요.
영화의 스토리는 의외로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가 가는 길은 뻔하죠.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한 명씩 사라지거나 죽고 결국 막판엔 그 무서운 마녀의 집이 나타납니다. 원작과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는 뻔한 영화인데, 각본은 군데군데에 괜찮은 국면전환을 배치해서 그 익숙한 이야기를 최대한 덜 진부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설정, 그러니까 벽을 보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과 같은 것도 적절하게 의미를 붙여 재활용하고 있고요. 이게 지난 십여년 동안 쌓인 노련함과 적절하게 결합하자 효과가 썩 좋습니다. 원작처럼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도 아니고 이미 장르화된 영역의 클리셰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 정도면 원작을 기념하기 위해 한 번 할만한 게임이었어요. 단지 그렇게 자주 할 필요는 없겠죠.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가 어떻게 되었는지 여러분도 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