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16-08-25
감독 : 이요섭
출연 : 박지영, 조복래
등급 : 15세 이상
광화문 시네마에서는 늘 자사의 영화 끝에 차기작 티저 예고편을 넣는데, [족구왕] 뒤에 예고편이 실린 영화가 바로 [범죄의 여왕]이었죠. 이 예고편을 찍을 때 영화의 각본이 얼마나 완성되었었는지, 그 때 각본이 지금의 최종 결과물과 얼마나 다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혼자 미용실을 운영하고 가끔 불법 시술도 하는 미경입니다. 어느 날, 미경은 서울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아들로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데, 글쎄 저번 달 수도요금이 120만원이나 나왔다는 거죠.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미경은 아들이 사는 신림동 고시촌으로 올라갑니다. 아들은 귀찮아하지만 미경의 탐정 본능은 이미 발동이 걸렸습니다.
감독의 전작 [더티 혜리]와 연결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두 영화 모두 익숙한 대한민국의 현실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캐릭터와 스토리는 극도로 장르화되어 있죠. 얼핏 보면 뻔한 한국 사람들이 마치 4,50년대 할리우드 필름 느와르 주인공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라이언 존슨의 [브릭]과도 여러 모로 비슷해요. 영화의 재미도 이 사실성과 장르성의 충돌에서 나옵니다. 따로 떼어놓으면 그냥 평범한 것들이 부딪히면서 여분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거죠.
자식과 얽힌 사건을 풀어가는 집요하기 짝이 없는 아줌마가 나온다는 점에서 [비밀은 없다]와 비교될 법 한데요. [비밀은 없다]보다는 야심이 없고 무난한 편입니다. 일단 미스터리 자체가 평범해요. 도입부만 넘어가면 진상이 그냥 보이죠. 너무 단순해서 그 뒤에 뭔가 더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되지만 결국 그게 끝이었던 거죠. 좀 제자리 걸음을 한 느낌이라 악간의 장르적 허구성이 추가되었다면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미경은 좋은 아마추어 탐정이고 아주 잘 썼지만 [비밀의 없다]의 연홍이 가지고 있던 전복성은 없습니다. 억척 아줌마와 아들 바보 엄마라는 틀에서 굳이 벗어날 생각은 없죠.
캐스팅은 좋습니다. 일단 박지영이 완벽해요. 다른 배우들도 필름 느와르의 컬러풀한 캐릭터를 근사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특히 박지영과 조복래의 합이 그럴싸합니다.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