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드라마
개봉일 : 2016-08-25
감독 : 채두병
출연 :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
등급 : 15세 이상
40대를 앞둔 세 남자들이 제주도로 갑니다. 대학 선배 부친이 죽어서 거기에서 장례식을 한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도 장례식장에 갈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습니다. 먹고 마시고 여자 꼬시고 놀 생각밖에 없어요.
사연이 있냐고요. 어느 정도는요. YTN 아나운서인 은동은 암에 걸렸습니다. 대기업 과장인 중필은 희망퇴직 권고를 받았고요. 수탁은 고시촌에서 13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고요. 이 정도면 다들 잠시 현실의 압박에서 떠나 놀고 싶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섬에 온 가장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정상일까? 전 아닌 거 같습니다.
하여간 그들은 섬에서 놀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풀립니다. 꿈꾸던 럭셔리 호텔은 모두 만원이라 게스트하우스로 만족해야 하지요. 여자 꼬시는 일도 엉뚱한 경쟁자 때문에 생각만큼 잘 안 되지요. 하지만 이렇게 덜컹거리는 동안에도 영화는 제주도의 풍광과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목표를 잊지는 않습니다. 채두병의 [올레]는 어떻게 봐도 제주도 관광홍보영화예요. YTN 기업 홍보물이기도 하고 스파크 세재 광고이기도 하죠.
여기에 대해 크게 불평할 생각은 안 들어요. 불평하고 싶은 건 이 영화 속 남자들이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가며 따라가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해야 하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이해를 강요하는 이유들 때문에 인물이 더 얄팍해진 구석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만족하겠지'하면서 더 이상 발전을 안 시키는 거죠. 이 나이 또래 아저씨들은 관객들이 다 알아서 다 이해해주고 보듬어야 하는 존재인 건가요.
당연히 캐릭터를 따라가는 이야기도 얄팍해집니다. 영화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중필에게 사연을 주겠다고 만든 이야기가 대놓고 [건축학개론]의 짝퉁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어이가 없는 것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제주도에 있는 동안 깽판을 치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수탁을 귀엽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나 그랬고 전 얼굴만 나와도 짜증났습니다.
한국에서 남자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 때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당연하다고, 그 정도면 관객들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고 당연한 건가요? 그 디폴트의 당연함 안에서 안이하게 게으름만 피우고 있는 게 아닌가요?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