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6-08-10
감독 : 김성훈
출연 :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등급 : 12세 이상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는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히고 맙니다. 부서진 차 안에 있는 건 주유소에서 받아 온 생수 두 병과 딸의 생일 케이크 그리고 휴대전화 하나 뿐입니다. 다행히도 전화는 됩니다.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의 재난구조 시스템이 그를 구출할 수 있을만큼 유능할까요?
보다보면 리들리 스콧의 [마션]이 떠오릅니다. 고립된 한 남자와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 하지만 김성훈의 [터널]은 [마션]보다는 [마션]의 거울상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한국식 거울상이죠. 과학자도 아니고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정수는 터널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가 하는 일의 절반 정도는 분노하고 좌절하고 욕하면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결국 바깥 세상 사람들에게 그의 운명이 달려 있는데, [마션]의 나사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은 무능력하고 실수투성이이고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더 나쁜 건 이미 관객들도 그 무능함과 잔인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한국영화니까요.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작이 되는 소재원의 소설은 5년전부터 집필되었다고 하니 처음부터 세월호와 직접 연관성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세월호를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영화 속 거의 모든 부분이 세월호 사건의 특정 부분과 일대일로 대응합니다. 이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합니다. 실화에 대한 기억 때문에 이 모든 사건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지만 종종 그 기억에 갇힌 듯한 기분도 들죠.
다행히도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헬조선에 대한 분노만 터트리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런 상황 자체를 드라마와 서스펜스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영화죠. 터널 안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는 남자에 대한 영화치고는 할 이야기가 많고 그건 적절한 리듬과 속도를 통해 전달됩니다. 결말이 좀 급하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기대하는 종류의 액션이 부족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을 지루한 상태로 두는 일이 없습니다. 종종 지나치게 직설적이 되긴 하지만 심지어 유머도 풍부한 편입니다. 김해숙이 연기한 장관 같은 건 지나치게 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