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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개요   :  전쟁, 드라마

   개봉일   :  2016-07-27

   감독   :  이재한

   출연   :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 정준호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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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대단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이재한의 [인천상륙작전]은 올해 최악의 한국영화로 기록될 것입니다. 완성도라는 것이 줄을 세워가며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천상륙작전]만큼 완성도와 수준이 떨어지는 한국영화도 찾아보면 없지는 않겠지만 [인천상륙작전]만큼 대놓고 '나쁨'을 과시하는 영화는 없었어요.

제목 그대로 인천상륙작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상륙작전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인천에 침투한 해군 첩보부대와 KLO부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어요. 캐릭터들은 다 허구의 인물이고요.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건 해군 첩보부대의 리더인 장학수와 북한군 장교인 림계진으로, 영화의 액션과 갈등은 모두 이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됩니다.

이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영화란 일원화된 장르가 아닙니다. 온갖 종류의 수많은 서브장르로 구성되어 있죠. [지상최대의 작전]처럼 거대한 역사물이 될 수도 있고, [더티 더즌]처럼 액션물이 될 수도 있고, [독수리요새]처럼 첩보물로도 갈 수 있지요. 영화는 [더티 더즌]과 [독수리요새]의 중간 정도를 택한 것 같고,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어요. 영화가 택한 소재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이고 또 아직도 비밀에 붙여진 사건들이라 역사 발굴의 재미와 창작의 자유 모두 제공됩니다. 한마디로 좋은 재료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망한 영화가 나온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쓸데없이 반공, 애국영화가 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 액션, 캐릭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관객들을 선동하고 신파로 눈물을 짜내려 기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요. 게다가 사건의 역사적 중요성을 과장하기 위해 더글러스 맥아더의 비중을 불필요할 정도로 늘려놨는데, 이게 영화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선전영화로도 실패작입니다. [인천상륙작전]엔 일급의 선전영화가 갖추고 있는 차가운 교활함이 없습니다. 자기가 먼저 흥분하고 자기가 먼저 질질짜고 있죠. 더 나쁜 건 이 영화의 감정도 별로 진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포화 속으로]에서도 그랬지만 이재한은 한국역사를 잘 모르고 별 관심도 없어요. 한마디로 이 영화는 관심없는 외부인이 하청받아 만든 선전영화입니다. 바닥을 치는 건 당연하죠.

영화는 오락영화로도 실패입니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자기가 무슨 영화가 되어야 하는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영화이니 당연하겠죠. 맥아더가 나오는 부분은 극도로 대충 만든 전기 영화 같습니다. 여기서 맥아더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명언 제조기 같고요. 장학수의 모험담은 스파이물에서 액션물, 본격 전쟁물을 분주하게 오가는데, 재미를 잡아주는 흐름도 없고 맥락도 없고 논리도 없으며 모든 게 대충입니다. 제대로 집중하며 몰두할 수 있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어요. 남자들 사이에서 혼자 따로 노는 '젊고 예쁜 여자' 역을 해야했던 진세연의 수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디테일에 예민하기 짝이 없는 전쟁영화 팬들과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이렇게 대충 본 건 그냥 이해가 안 됩니다.

위대한 선전영화들을 만들어낸 체재와 시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체재와 시대가 꼭 위대하라는 법은 없죠.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들 때문에 우리가 나치를 옹호할 수는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 예외의 규칙은 초라하고 시시한 선전영화만을 만들어내는 체재에 대한 변명은 못 됩니다. 오로지 초라하고 시시한 선전물들만을 만드는 무리는 백 퍼센트 시시합니다. 시시한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의 시시함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죠.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