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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개요   :  액션

   개봉일   :  2016-03-24

   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헨리 카빌, 벤 애플렉, 에이미 아담스, 로렌스 피쉬번, 제시 아이젠버그, 제레미 아이언스, 홀리 헌터, 갤 가돗

   등급   :  12세 이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상할 정도로 탄력이 강한 곳이죠. 상식적으로 보았들 때, 외계 문명이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면 지구 문명은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맞았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 동네 사람들은 9/11 정도도 못 되는 흐릿한 트라우마를 안고 그냥 살아가며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마블과 정반대의 방향에서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배트맨] 기원담 프롤로그를 통과하면 영화는 [맨 오브 스틸]의 클라이맥스 액션이 벌어지는 메트로폴리스로 뛰어드는데, 여기서부터 브루스 웨인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외계인들의 전투 속에서 무력하게 죽어나가는 보통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슈퍼맨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지죠. 이 질문은 코믹북 세계관에 대해 던지는 상당히 중요한 질문이고 우리 세상과도 어느 정도 닿아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습니다. 힘을 갖고 있는 자들이 그 힘을 어떻게 쓸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린 그냥 그들의 현명함과 선의를 믿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이게 [슈퍼맨] 단독 영화였다면 상당히 독창적인 스토리 전개와 주제확장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죠. 이 영화의 목적은 [슈퍼맨] 영화에 배트맨, 원더우먼, 렉스 루터와 같은 DC 캐릭터들을 붓고 막판에 제목에도 소개된 배트맨 대 슈퍼맨의 한판 대결을 선보인 뒤 앞으로 나올 [저스티스 리그] 영화의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앞에서 제시된 주제와 스토리도 중반 이후엔 이 예정된 이벤트를 위한 재료로 소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물은 상당히 흥미로운 악전고투입니다.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저 역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작가들의 싸움이 더 재미있게 보였는지도요. 하여간 제대로 뭉쳐질 리가 없는 재료들을 갖고 필사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의 투쟁이 곳곳에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종종 묵직하고, 종종 어처구니 없고, 종종 매력적이고, 종종 한심하며 결정적으로 너무 길죠. 그렇다고 [어벤저스]의 조스 위든처럼 농담 속으로 도피할 수도 없으니 정말 개고생인 거죠. 완승할 수 없는 적과 싸우는 힘겨운 전투입니다.

결과물을 보면... 일단 [맨 오브 스틸] 이후 메트로폴리스와 시민들이 겪는 후유증의 묘사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배트맨보다는 브루스 웨인의 묘사가 더 좋고요. 원더우먼은 분량은 적지만 아주 야무지게 썼고 존재감도 상당합니다. 렉스 루터는 재미있는 악당이지만 제목에 끼워맞춘 그의 음모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별 의미도, 목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셋업부터 억지인 두 슈퍼히어로의 대결이나 클라이맥스의 모 괴물에겐 별 관심이 안 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모든 게 액션을 위한 액션으로 가니까요.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