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6-02-18
감독 : 이준익
출연 :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최희서, 신윤주
등급 : 12세 이상
이준익의 [동주]에서 '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시인인 윤동주입니다. 하지만 윤동주만으로는 할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그와 단짝친구인 송몽규를 공동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 이들은 맞춘 것처럼 대조적인 인물이에요. 송몽규는 정치적인 행동파로 19살 때부터 독립운동단체에 가담해 정치적으로 활발한 삶을 살았죠. 그에 비하면 윤동주는 비교적 소극적인 문학청년이었고요. 길이 갈라지면서 둘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둘 다 체포되어 치안유지법으로 징역 2년을 언도받았다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비슷한 시기에 죽었지요. 영화는 체포된 윤동주와 고등형사의 대화를 통한 회상 형식으로 이 둘의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요.
한 70퍼센트 정도가 사실이고 나머지는 허구라고 합니다. 그 30퍼센트 중에는 윤동주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 두 여자 캐릭터도 포함되어 있어요. 윤동주의 많은 시들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맥락에 맞게 삽입되는데, 정말로 그 시들이 그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예술가의 인생'이라는 도구를 조금 교활하게 쓴 것이죠. 그 때문에 몇몇 고증도 일부러 뒤틀려 있는 모양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고.
최악의 시대에 태어나서 굳이 할 필요 없었던 고생을 하다가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들 이야기이니 당연히 친숙하기 짝이 없는 비극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불필요한 신파에 빠지지는 않아요. 시대의 비극과 청춘의 좌절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서도 꽃피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죠. 균형이 잘 잡혔고 울림도 큽니다. 여기엔 윤동주와 송몽규를 연기한 강하늘과 박정민의 성실한 연기가 큰 역할을 합니다.
이준익의 감독작이긴 한데, 이준익보다는 각본가인 신연식이 더 많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신연식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나오고 제작자도 루스이소니도스. 무엇보다 문학과 문학가라는 주제와 그들을 다루는 방식 같은 건 그의 [러시안 소설]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단지 붕 뜬 것 같은 비현실에 갇혀 있던 [러시안 소설]에 비해 훨씬 무게감이 큰 영화입니다. 실존인물과 실화의 소재가 불필요한 잔재주를 막아버리자 더 밀도 높은 영화가 나온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