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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마술사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5-12-30

   감독   :  김대승

   출연   :  유승호, 고아라, 곽도원, 조윤희, 이경영, 박철민, 손병호, 조달환, 장유상

   등급   :  12세 이상



[조선마술사]의 원작은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작정하고 영화화를 목표로 만든 이야기로 카카오스토리에 연재된 모바일 소설인가봐요. 원작과 소설은 다른 부분이 꽤 있는 거 같은데, 읽고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티끌만큼도 안 듭니다.

영화 이야기의 씨앗은 조선시대에도 얼른쇠라는 마술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자료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아있다고 해도 이 영화에 제대로 반영되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마술 대부분은 서양식 스테이지 마술로, 거의 조선시대 배경으로 슈베르트나 거시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는 기분입니다. 자기 상상력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남의 것을 생각 없이 그대로 쓰고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란 생각밖에 안 들죠.

영화의 내용은 의주에 있는 물랑루라는 극장에서 활약하는 환희라는 마술사가 청나라의 왕자비가 되기 위해 끌려가다가 도시에 들른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흔해 빠진 기성품 이야기니까요.

기성품인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마술쇼처럼 건성이라는 것입니다. 로맨스도 건성이지만 사라진 보검의 맥거핀, 환희에게 복수하려는 청나라 마술사 같은 재료들이 아무 성의도 없이 그냥 나열되어 있어요. 감독 김대승이나 김탁환은 그렇게 무능력한 이야기꾼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의욕이 없었고 영화 만들기 싫었나 봐요.

소위 '퓨전 사극'이라는 틀이 게으름의 알리바이가 된 영화입니다. 고증에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달리긴 하는데, 이 제약이 없어진 자유가 창의적인 무언가로 이어지지 않고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끼워맞추는 핑계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짜면서 재미있을 법한 부분에서도 심드렁한 영화의 태도엔 당황스러울 정도예요. 왜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졌는지 뒷이야기를 캐서 각본으로 쓰면 트뤼포식으로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기타등등]
가변 화면 비율 영화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나 [쎄시봉]처럼 1.85:1 풀스크린과 레터박스로 만든 2.35:1이 오가는 작품이죠. 아이디어 자체도 나쁜데 이들 중 최악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선 레터박스가 초반 몇분에만 나오고 [쎄시봉]도 비중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선 세 번인가 나오는 마술과 액션 장면만 풀스크린을 쓰고 나머지는 몽땅 레터박스로 밀어붙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자기 영화 그림을 망쳐놓고 만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