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어드벤처, 환타지, SF
개봉일 : 2015-12-17
감독 : J.J. 에이브럼스
출연 :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그웬돌린 크리스티, 돔놀 글리슨, 해리슨 포드
등급 : 12세 이상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조지 루카스가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첫 번째 [스타워즈] 영화입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시리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영화이기도 하죠.
사실 루카스는 그가 만든 세계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압니다. 일단 스타 워즈 확장 우주의 역사는 다 그의 검토를 거쳤으니까요. 그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프리퀄 삼부작은 그 지식에 대한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루카스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물리적 우주와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스타워즈]는 영웅 신화이고 가족 멜로드라마입니다. 은하제국이라는 거대한 배경을 바탕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내용은 그냥 한 집안의 아버지와 아이들의 이야기죠.
J.J. 에이브럼스의 [스타워즈] 영화는 이 뿌리로 돌아갔습니다.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관객들도 별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깨어난 포스]는 이전 오리지널 삼부작과 마찬가지로 단순명쾌하며 쓸데없는 사전지식 없이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결국 익숙한 영웅 서사의 이야기예요. 평범하게 태어난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이죠. 에이브럼스가 오리지널 [스타워즈]에서 취한 것도 역사가 아니라 바로 이런 신화성입니다.
물론 영화를 진짜로 즐기려면 팬이 되어야 합니다. [깨어난 포스]는 기본적으로 팬픽션이며 이야기의 거의 모든 재료들을 오리지널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중 일부는 스타 킬러 스톰트루퍼들의 잡담처럼 윙크에 가까운 농담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은 이야기와 캐릭터 대부분을 이루는 벽돌입니다. 이건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었어요. [스타워즈] 우주를 구성하는 건 실제 역사와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의 재료'니까요. [스타워즈]의 우주는 [스타워즈]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정의될 수 있는 곳입니다. 디테일이야 그에 맞추어 적당히 다듬으면 되는 거고요.
[깨어난 포스]는 세대 교체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주인공들이 새로운 주인공들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것이죠. [스타워즈]가 인종차별과 성차별 문제로 공격을 받아왔던 시리즈란 걸 생각해보면 두 주인공이 백인여성과 흑인남성이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는 이야기 속에서 모험을 펼친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들은 정치적 공정성을 위해 의무적으로 삽입한 로봇이 아니라 공감하기 쉽고 매력적이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건 모두가 그 교체를 인식하고 있고, 심지어 그 중 몇 명은 거의 허구의 역사 속에 뛰어든 팬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메인 악당인 카일로 렌부터가 그렇습니다. 그는 진짜로 다스 베이더 팬클럽 회원입니다. 그가 쓰고 있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헬멧을 보세요.
어설픈 악당들은 분명 결함이 될 수 있는데, 영화의 각본은 이 위험을 영리하게 피해갑니다. 오히려 [깨어난 포스]라는 영화의 가장 큰 성취라고 할 수 있죠. 주인공 뿐만 아니라 악당 역시 수련이 필요한 젊은이로 시리즈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말이죠.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거든요.
단지 [깨어난 포스]만 가지고는 새 삼부작의 완성도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 작품은 팬들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로, 2편부터는 과거의 향수 없이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할 테니까요. 그들은 새 캐릭터들을 위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모험담을 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액션은요? 언제까지 죽음의 별을 재탕할 수 없지 않나요?
[기타등등]
확실히 J.J. 에이브럼스는 [스타트렉]보다 [스타워즈]를 더 좋아하나 봅니다. 그의 [스타트렉] 영화는 원작을 배반하고 있지만 그의 [스타워즈] 영화는 심지어 루카스의 [스타워즈]보다 더 [스타워즈]다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