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멜로, 로맨스
개봉일 : 부산국제영화
감독 : 서은영
출연 : 김정현, 김고운, 서영화, 신우희
등급 : 부산국제영화
고등학교 체조선수인 도현은 패싸움에 말려들었다가 도서관에서 40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받습니다. 이곳에서 도현은 독서광인 수현이라는 소녀를 만나요. 둘은 친구가 되지만 수현에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요. 가끔은 자기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수현의 어머니와 같은 병원에 다녀요. 무엇보다 왜 수현은 학교를 자퇴하고 자기가 이전에 읽은 책들을 계속 되풀이해서 읽는 걸까요.
서은영의 [초인]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개성은 영화의 비폭력성입니다. 물론 [초인]은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가 아니에요. 하지만 요새 나오는 청소년 주인공의 한국 영화들은 소재가 무엇이건 모두 곧 자폭할 것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져 있지 않습니까. 이 영화엔 그런 게 없어요. 건전하고 밝고 씩씩하고 낙천적입니다.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긍정적이죠.
완벽하게 이치에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수현의 이야기는 [여고괴담]의 소재로 써도 어울릴 정도로 멜로드라마틱하지요. 그만큼이나 인공적이고요. 종종 감독의 설명을 들어야 확신이 서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현이 살고 있는 집의 설정 같은 것요.
하지만 그만큼 잘 쓰인 설정도 있어요. 특히 영화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책을 소도구로 쓰면서 이 둘을 낭비하지 않는 몇 안 되는 한국 영화죠. 특별히 독서광 티를 내지는 않지만 딱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읽을 법한 책들을 갖고 딱 그 정도의 감상을 섞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아, 물론 제목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따왔고요. 다소 길고 조금은 생뚱맞지만 의외로 이치에 맞는 결말 역시 등장한 책들에서 끌어낸 것이죠.
캐스팅이 좋습니다. 김정현, 김고운은 모두 캐릭터에 어울리는 풋풋함과 매력을 갖고 있는데, 제가 이런 종류의 청소년 영화에서 기대하는 건 완벽한 테크닉이 아니라 이런 청소년다움이지요. 이런 배우의 자의식 없는 솔직한 연기 때문에 영화 속의 '요새 아이답지 않은 아이들'에게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