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4-10-16
감독 : 이윤석
출연 : 재현, 박주현, 곽시양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단편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장편 세 편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단편은 처음이에요. 책 자체는 연작 단편이고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이 연작 모두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파일럿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비교적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그래도 20여년 뒤 한국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이니 당연히 여기에 맞추는 작업이 들어가죠.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도 조금 추가되었고요.
영화의 주인공은 서른살 생일을 막 앞둔 정윤이라는 여자입니다.
택배회사 직원이고 편의점 알바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할 정도죠.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준우가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너는 6시간 뒤에 죽을 거라고요.
알고 봤더니 준우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그냥 랜덤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사건을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준우는 틀린 적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완전히 논리적이기는 어렵습니다.
옷이나 손목시계가 가리키는 시간과 같은 디테일까지 봤고 그것 역시 바꿀 수 없다? 그럴 수 있을까요?
그 예언을 들은 당사자가 옷을 갈아입거나 손목시계를 버리거나 하면 어떻게 되지요?
물론 아주 머리가 좋은 작가는 그런 짓을 해도
결국 예언한 미래 그대로 돌아오는 설정을 짜겠지만 이 영화는 굳이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 때문에 종종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미래의 살인현장에 걸어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관객들은 진짜로 정윤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준우도 정윤이 칼에 찔리는 것만 봤고 죽는 것까지는 못 봤지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지만 6시간 뒤의 살인을 막을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정윤을 죽이려고 하는 연쇄살인마가 누구인가'라는 미스터리가 추가됩니다.
엄청난 반전을 의도하지는 않아요. 그냥 여러 가능성을 던져 놓고 그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지요.
이건 후반의 서스펜스를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범인을 맞혔다고 해도요.
그렇게까지 세련되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여전히 여기저기가 구멍투성이이고 설명에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지요.
그런데 그와 별도로 1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비교적 빨리 흘러가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대도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 진하게 묻어 있습니다.
이건 오히려 원작보다 나은 것 같고요.
올해 제가 극장에서 세 번째로 본 박주현 출연작입니다. 남주인 재현은 누군지 몰랐는데, NCT 멤버라고요.
둘 다 '명연기'를 보여주지는 않는데, 그게 영화에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박주현에겐 현실의 무게에 치여 신음하는 젊은이에 맞는 정직함과 진솔함이 있어요.
재현은 그냥 복잡한 표정 연기 없이 대사를 단조롭게 읊는데,
관객들은 이 캐릭터의 내면을 읽을 수 없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능적으로 보면 맞죠.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