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미지
오멘: 저주의 시작

   개요   :  공포

   개봉일   :  2024-04-03

   감독   :  아르카샤 스티븐슨

   출연   :  넬 타이거 프리, 타우픽 바롬

   등급   :  15세 관람가


tumblr_d0ace402165398f2ccbdf02d75d85a8a_dccd8672_640.jpg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오멘: 저주의 시작]은 [오멘]의 프리퀄입니다. 

[오멘]은 21세기에 나온 리메이크판도 있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1976년에 나온 리처드 도너의 영화와 직접 연결이 됩니다. 

많이들 지적했지만, 여러 모로 [스타 워즈: 로그 원]을 연상시킵니다. 

거의 딸깍소리가 날 정도로 영화의 결말이 오리지널의 도입부와 정확하게 연결이 되는데, 

그러면서 비교적 단순한 원작의 설정에 다른 주제와 내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971년입니다. 주인공은 마가렛 데이노라는 미국인 수련수녀고요. 

자기를 돌봐주었던 로렌스 주교의 초청으로 로마에 온 마가렛은 서원식이 있을 때까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여자아이 카를리타 스키아나에게 관심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오리지널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브래넌 신부가 등장해 마가렛에게 수상쩍은 요구를 합니다.


이 영화에는 형식적인 반전이 있습니다. 

관객들을 속이려고 하는 장치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지는 않고 보도자료나 예고편에서 진상을 굳이 감출 생각도 없는 그런 반전입니다. 

영화는 어차피 오리지널 영화의 도입부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안티 크리스트, 데이미안 손이 될 아기를 낳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 반전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죠. 

일단 주인공에게는 놀랍고 그 발견의 과정이 드라마를 부여하니까요.


수십 년 뒤에 나온 프리퀄이 대부분 그렇듯, 영화의 전개는 원작의 단순한 순수성을 망치는 구석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오멘]은 최대한 단순한 설정일 때가 가장 강력하지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최근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그렇듯, 원작을 독립적인 허구 유니버스의 일부로 보고 있어요. 

이러다가 실패한 영화가 얼마 전에 나온 [엑소시스트]의 속편 [엑소시스트: 믿는 자]였지요. 

단지 [오멘]은 [엑소시스트]처럼 걸작이 아니고, 

[엑소시스트]와는 달리 비교적 유기적으로 연결된 속편들이 이미 원작을 '망쳐놓은' 터라 아쉬운 느낌은 없습니다.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이 영화가 대놓고 반가톨릭적이라는 것입니다. 

원작인 [오멘]은 요한계시록에 기반을 둔 기독교의 세계관에 충실한 선과 악의 이야기였습니다. 

수상쩍은 성직자들이 나오긴 해도 그 사람들은 교회 속의 악마 추종자라고 여기면 됐죠. 

하지만 이 영화는 악역을 대놓고 가톨릭으로 잡습니다. 

이 영화의 설정을 설명하는 브래넌 신부는 '두 종류의 교회가 있다'라며 

교회가 빠져나갈 구석을 마련해 놓긴 하는데, 그래도 교회가 악역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요.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그리는 건 선과 악, 신과 악마의 대립이 아니라 세속주의와 교회의 대립입니다. 

이 영화의 악당은 안티크리스트를 이용해 교회의 권력을 되찾으려고 하는 가톨릭 반동세력이에요. 

원작을 다시 보게 되는 새로운 설정이 짜여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미래가 예정된 프리퀄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나름 출구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갈라지는 새 속편도 가능할 정도로요. 벤 제이코비의 원안도 이 주제를 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와 상관없이 이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진지함의 상당부분은 감독이자 공동각본가인 아카샤 스티븐슨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1970년대 초가 배경인 21세기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유럽 본토에 와 수상쩍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본토 사람들과 얽히게 된 천진난만한 미국인이고요. 

이 정도면 자연스럽게 전성기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영향을 찾게 되는데, 

실제로 분위기나 전개방식이 당시 영화들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일단 스토리부터가 [오멘]보다 [서스피리아]를 닮았는 걸요. 

당시 이탈리아 호러 영화들의 현란한 천박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호러효과를 내기 위해 들어가는 몇몇 장치들에는 당시의 친숙한 느낌이 있습니다.

꼭 이탈리아 호러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재현하려고 하는 70년대의 분위기는 상당히 정교해서, 

오리지널 [오멘]과 연달아 보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연기스타일의 차이가 있고, 21세기에 재해석하는 70년대의 느낌 차이도 있으며, 

무엇보다 브래넌 신부의 캐스팅 때문에 연속성이 깨지겠지만요.


소니아 브라가, 랄프 이네슨, 빌 나이와 같은 베테랑 배우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중심은 넬 타이거 프리입니다. 

영화의 무게 절반은 이 배우에게서 오는 거 같아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