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미스터리, 스릴러
개봉일 : 2024-01-24
감독 :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 미아 와시코브스카
등급 : 12세 관람가
[클럽 제로]는 예시카 하우스너의 영어 영화입니다.
영국과 오스트리아에서 찍었는데, 그렇다고 구체적인 지리적 배경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계급이 조금 더 중요하죠.
영화의 배경은 부자들이 자식들을 보내는 고급 사립학교이고 아이들은 대부분 넉넉한 집안 출신입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 한 명만 빼고요.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연기하는 노백이라는 선생이 주인공입니다.
이 학교에 막 들어온 영양학 교사인데, 한 무리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의식적인 먹기'를 가르쳐요.
처음에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논리적입니다.
아무래도 제1세계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이 먹고, 음식 상당수는 건강에도, 환경에도 안 좋죠.
그러니까 대충 먹는 대신 자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는 건... 괜찮은 거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노백 선생의 가르침은 점점 괴상해집니다.
한끼에 음식 한 종류만 먹는 모노 다이어트를 선전할 때는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도 여기까지는 말이 됩니다. 세상엔 이상한 종류의 다이어트를 선전하는 수상쩍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노백 선생은 자기 얼굴 사진이 박힌 차를 파는 사람이니, 그 부류일 수도 있죠.
그렇다면 영화는 사람들을 섭식 장애로 몰고가는 사회적 압력과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요.
실제로 영화는 앞뒤에 섭식장애에 대한 경고문을 달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노백 선생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미친, 적어도 더 이상한 사람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건 편견이고 미신이라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노백 선생은 선택된 아이들을 아무 음식도 먹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인 '클럽 제로'에 끌어들입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 말이 되게 설명하는 건 가능합니다.
일단 아이들은 몰래 먹으면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여기엔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이 단계를 넘어가면 영화의 이야기는 대충 납득이 갑니다.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적당히) 사실적인 이야기인 척하고 있어서 잠시 헛갈렸던 거예요.
잠시 의심을 접고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의외로 친숙하고 전통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호러이기도 하죠. 무서운 영화는 아니지만요.
물론 이 고전적인 틀은 현대의 시공간에서 다른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예를 들어 믿음과 광신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요.
세상의 모든 고통과 공포가 오직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제1세계 아이들의 정신이 얼마나 취약한 지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섭식장애의 소재도 어딘가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전 그냥 이 영화를 있는 그대로, 그러니까 좀 심술궂은 호러 코미디 판타지로 보는 게 가장 좋은 감상법인 거 같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