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전쟁, 드라마
개봉일 : 2023-12-06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호아킨 피닉스, 바네사 커비
등급 : 15세 관람가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에 대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말은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과 전혀 안 닮았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바네사 커비도 조제핀과 안 닮은 건 마찬가지죠.
피닉스는 기름지고 매끈한 느낌이었던 나폴레옹과는 달리 거칠고 추례한 모습이고, 커비는 21세기스럽게 길쭉길쭉한 미인입니다.
두 사람 모두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의 프랑스에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전 스콧의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나폴레옹 서사라는 하나의 허구를 자기식으로 해석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연히 나폴레옹 이야기입니다. 코르시카 출신 포병 장교였던 사람이 황제가 되고 몰락하고 다시 황제가 되었다가 또 몰락하는
이야기지요. 영화가 제법 긴데,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워낙 이룬 게 많은 사람이라 할 이야기가 많고 이걸 다 건드리려면 전력 질주를 해야 합니다.
영화는 아우스터리츠건, 보로디노건, 모스크바건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단지 워털루에서는 밀덕들이 좋아할만한 디테일을 꽤 많이 심어주며 길게 끌어요. 웰링턴의 비중도 크고.
위에서 조금 말했지만 스콧이 그리는 나폴레옹은 우리가 익숙한 모습과 많이 다릅니다.
일단 영화는 영웅스러운 면을 거의 완벽하게 거뒀어요. 전쟁 장면에서 나폴레옹은 우스꽝스럽고 투박하고 어색합니다.
특히 초반 툴롱 장면에서는 전쟁 영웅의 미화 따위는 찾을 수가 없죠. 실생활에서는 이 사람은 촌스럽고 서툴고 무뚝뚝합니다.
이건 영화가 그리는 서사에서는 나름 논리를 가집니다. 영화에서는 이 모둔 게 그럴싸합니다.
실제로도 코르시카 억양이 심한 촌사람이었으니 당연히 그런 면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 사람은 그것과 상관없이 유창한 달변가이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전 이 사람의 젊음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게 좀 신경 쓰였습니다.
배우가 호아킨 피닉스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깊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그걸 할 여유가 부족하니까요.
영화에서 당시의 역사와 정치 상황, 각 인물들의 설정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간략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영화로 역사 공부를 하실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겠죠.
전 이 영화가 심술궂고 결점투성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한 두 사람의 길고 힘든 연애를 다룬 현대적인 로맨스로 봤을 때
가장 잘 먹힌다고 봤습니다. 영화가 가장 공들여 그린 부분이고, 피닉스와 커비도 거기서 가장 잘 맞았고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