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
개봉일 : 2015-10-28
감독 : 가이 리치
출연 : 헨리 카빌, 아미 해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엘리자베스 데비키, 휴 그랜트, 자레드 해리스
등급 : 12세 이상
가이 리치의 [맨 프롬 UNCLE]은 그가 이전에 만든 두 편의 [셜록 홈즈] 영화처럼 고전의 재해석입니다. 이 영화에서 재해석된 '고전'은 동명의 6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죠. 우리나라에서는 [0011 나폴레옹 솔로]라는 제목으로 (사실은 11이 아니라 II인데 아무도 신경 안 씁니다) 알려진. 냉전시대이면서 공동의 적인 비밀조직 T.H.R.U.S.H.를 소탕하기 위해 서방과 소련 스파이가 힘을 합친다는 내용입니다.
제임스 본드 이야기와는 달리 이 이야기를 현대 배경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냉전시대에만 먹히는 이야기니까요. 그 결과 영화판 [맨 프롬 UNCLE]은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 됩니다. 물론 그렇게 정치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원작도 그랬어요. 모두 허구의 악당과 싸우는 스파이 판타지물이죠.
원작은 시리즈의 두 주인공인 미국 스파이 나폴레옹 솔로와 소련 스파이 일리야 쿠리야킨이 어떻게 만나서 영국인 보스 알렉산더 웨이벌리가 이끄는 수상쩍은 조직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이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도 암약하는 나치와 파시스트 추종자들이 핵폭탄을 만들어 사고를 치려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거죠. 임무를 위해 그 핵폭탄을 만든 독일인 과학자의 딸인 가비 텔러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고요.
원작 팬들이 이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원작과 별로 안 닮았어요. 솔로와 쿠리야킨 모두 모두 엄청난 거구의 근육질 거인인 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추가한 캐릭터 배경도 원작의 캐릭터와 연결이 잘 안 되고요. 어차피 원작을 실시간으로 따라간 팬들은 다 노인네들일 테니 굳이 그들의 기억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캐릭터 차별성이 선명하지 않은 건 신경이 쓰입니다. 이 영화의 일리야 쿠리야킨은 굳이 일리야 쿠리야킨일 필요가 없어 보여요. 그만의 기능과 개성이 떨어집니다.
스토리는 흐릿합니다. 60년대에 우후죽순처럼 나온 007 아류작의 평균 같달까요. 페이스와 액션도 딱 그 정도고요. 다시 말해 요새 기준으로 보면 많이 느리고 강도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당시 음악과 함께 60년대 유럽식 호사스러움을 즐기고 싶다면 [맨 프롬 UNCLE]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실 필요는 없고. 아, 굳이 아이맥스로 보실 필요도 없어요.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