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애니메이션, 드라마
개봉일 : 2023
감독 : 파블로 베르헤르
출연 : -
등급 : -
파블로 베르헤르의 [로봇 드림]은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스페인/프랑스 합작 영화입니다.
감독이 스페인 사람이니 스페인 쪽에 무게가 쏠려 있죠.
원작은 사라 바론이라는 미국 만화가의 동명 그래픽 노블입니다.
영화는 80년대 뉴욕의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한데, 그 중 얼마나 원작에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어요.
[로봇 드림]의 80년대 뉴욕은 두 가지 면에서 우리가 아는 뉴욕과 다릅니다.
일단 이 세계는 로봇 공학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둘째, 이 세계엔 인간이 살지 않습니다. 의인화된 동물들이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영화의 첫 번째 주인공은 개입니다. 이름도 없이 그냥 개라고 불려요.
맨해튼의 아파트에 사는 외로운 독신자인 이 사람... 아니, 동물은 친구로 삼기 위해 로봇을 주문합니다.
둘은 한동안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그만 해변 유원지에 놀러갔다가 로봇이 바닷물에 녹이 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개는 다음 날 돌아오지만 그만 유원지가 폐장했습니다.
개는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실패하고 유원지가 문을 여는 다음해 6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개와 로봇의 이야기로 분리됩니다.
개는 로봇을 그리워하고 6월이 되면 다시 데리고 올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러는 동안 계속 다른 일상이 끼어듭니다.
로봇의 경험 상당 부분은 [아울 샛강] 스타일의 꿈입니다.
하지만 로봇 몸에서 둥지를 짓는 새와의 만남과 같은 물리적 현실이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개와 로봇의 재회를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지요.
살짝 감상적일 수도 있지만 진지하고 묵직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6,,70년대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의 고풍스러운 매력을 풍겨요.
개와 로봇의 관계는 대놓고 로맨틱한 건 아니지만 우정이어도 충분히 로맨틱하게 해석될 수 있지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당시 많이 나왔고 관객들도 익숙했던 어른들의 현실적인 관계를 다룬 영화처럼 보입니다.
이런 캐릭터들을 의인화된 동물이나 로봇이 나오는 애니매이션으로 구현하고 있으니 여기에 여분의 독특한 맛이 들어가지요.
대사가 없습니다. 원작도 그런 모양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 없이 102분의 러닝타임을 끌어가는 훌륭한 무성영화입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그림채라 만만하게 볼 수 있지만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감정의 풍요로움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