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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

   개요   :  코미디/드라마

   개봉일   :  2023-10-27

   감독   :  알렉산더 페인

   출연   :  폴 지아마티, 도미닉 세사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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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는 오래간만에 나온 알렉산더 페인의 신작입니다. 지금 영화제를 돌면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페인과 폴 지아마티가 재회한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를 보면 이번 시상식 시즌에도 지아마티의 이름이 자주 호명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아마티와 같이 연기하는 도미니 세사와 다빈 조이 랜돌프 모두 훌륭하지만요.


영화의 국내 제목인 바튼 아카데미는 부잣집 백인 가족이 계급을 전수하기 위해 아들을 보내는 남자기숙학교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웰튼 아카데미가 생각나신다면 맞히셨습니다. 그 영화를 싫어하신다고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배경과 관계 묘사 일부가 비슷할 뿐,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안 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영화거든요.


영화는 1970년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시작됩니다. 

휴가가 시작되었으니 학생들도, 선생들도 다들 학교를 떠나는데, 운이 나빠 집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을 관리할 선생도 한 명 남아야 하고요. 

이것도 나름 정해진 순서가 있긴 한데, 학생들에게도, 선생들에게도 인기가 없는 고전 교사인 폴 헌냄에게 이 역할이 억지로 떨어지게 됩니다. 헌냄에겐 이게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닙니다. 

이 사람은 모교이기도 한 이 학교에서 교사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학교를 거의 떠난 적이 없거든요.


학교에는 이제 학생 몇 명과 헌냄 그리고 학교 주방 요리사인 메리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난방에 돈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다들 양호실에서 모여 함께 지내야 합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중간에 학교를 떠나지만 그럭저럭 우등생이지만 다들 재수없어 하는 앵거스 털리에겐 그런 운이 없습니다.


학교에 남은 세 사람은 모두 머리가 좋고,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대체로 성격이 안 좋습니다. 

메리에겐 초반부터 성격이 안 좋아도 되는 이유가 주어집니다. 역시 이 학교 출신인 아들을 베트남전에서 잃었으니까요. 

바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베트남전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공부를 잘 하건, 못하건 이 학교를 떠나면 아이비 리그로 가니까요. 

하지만 어머니가 이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입학한 가난한 흑인 남자애는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사정이 다르죠.


영화가 계속 되면 우리는 바튼 아카데미와 그 아카데미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미국 계급사회의 재수없음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두 남자도 직간접적으로 그 재수없는 시스템의 피해자예요. 

신경질적이 되어 서로의 신경을 박박 긁던 세 사람들은 영화가 끝날 무렵엔 서로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영화 시작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깊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알렉산더 페인스럽게 재미있습니다. 일단 말 잘 쓰는 영리한 사람들이 서로를 쪼아대는 초반부부터 코미디의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 중심의 코미디는 아주 자연스럽게 캐릭터 중심의 깊이 있는 드라마로 연결됩니다. 

그 드라마는 사실 아주 새로운 무언가는 아니고 쉽게 신파로 빠질 수도 있는데,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코미디가 그 위험을 꾸준히

지워주지요. 보면서 페인의 초기작 [일렉션] 생각도 좀 났는데, 페인은 정말 학교와 사제 관계를 잘 다뤄요.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본다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를 착각할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요새 나오는 20세기 후반 배경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종종 그렇둣, 그 시대 영화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리고 있거든요. 

심지어 영화사 로고도 옛날 것을 쓰고 있지요. 70년대엔 정말 이런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향수가 돋습니다. 단지 이 영화는 그 때 영화들과는 달리 보다 인종적으로 다양합니다. 

심지어 잠시 등장했다가 퇴장하긴 하지만 한국인 캐릭터도 한 명 있어요. 

1960년대 말에 한국에서 살면서 아들 둘을 미국의 일급 기숙학교에 보낼 수 있었던 가족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털리의 추정과는 달리 십중팔구 개신교 집안이었겠지만.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