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멜로/로맨스
개봉일 : 2023-01-04
감독 : 조지 밀러
출연 :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등급 : 15세 관람가
[3000년의 기다림]은 칸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틸다 스윈턴과 이드리스 엘바가 공연하는데 엘바가 뾰죽 귀 진으로 나오는 조지 밀러 영화'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다들 "이게 뭔가" 했었는데, 원작이 있었어요. [소유]의 A.S. 바이어트가 쓴 [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라는 단편요.
영화는 코로나 반영 2020년대에서 시작됩니다.
영국인 서사학자인 알테리아는 행사 때문에 튀르키예에 갔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작은 병을 하나 사는데
거기서 그 안에 몇 백 년 동안 갇혀 있던 진이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진은 3000년 동안 자기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지요.
소품이면서 대작입니다. 영화의 액션 대부분은 호텔방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예요.
그런데 그러는 동안 진이 해주는 이야기는 시바 여왕 시대부터 21세기까지 3000년을 커버하지요.
언어 사실성을 지키고 있어서 대사 상당부분이 튀르키예어이고 그 나라의 상당히 중요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튀르키예 사람들에겐 많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아, 스윈턴과 엘바가 고대 그리스어 대사를 읊는 것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에도 꾸준히 이야기의 가치와 재미와 아름다움과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와 진이라는 설정 때문에 [아라비안 나이트] 생각도 많이 나고요.
능숙한 이야기꾼이 재주를 뽐낸다는 느낌도 듭니다.
영화를 다 보면 결국 야심없는 소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그 동안 펼쳐진 세계의 다채로움은 인상적이죠.
영화는 이성애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당황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아무도 스윈턴과 엘바를 한 영화에서 묶으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은근히 성공적입니다. 이게 아주 육체적인 로맨스는 아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엘바는 이국적인 연인보다는 은은한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느낌을 주고... 생각해 보니 스윈턴은 무슨 일을 겪고 누구와 사랑에 빠져도 아무도 이상해하지 않는 배우가 아니었던가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