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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The Martian)

   개요   :  액션, 어드벤처, SF

   개봉일   :  2015-10-08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케이트 마라, 크리스틴 위그

   등급   :  12세 이상



셋 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과학 비중이 큰 영화라,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을 하나로 묶어서 비교하고 싶은 욕구를 피하는 건 그냥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 욕구를 굳이 피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어디 보죠. [그래비티]는 가상의 동시대를 무대로 한 우주 스릴러, [인터스텔라]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사고실험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하드 SF, [마션]은 우리가 화성과 우주비행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한 하드 SF입니다.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극단적인 정서적 고양을 의도하고 있다면 [마션]은 보다 오밀조밀하고 절제된 작품이고요. 개인적으론 [그래비티]가 영화적으로는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SF로는 아이디어의 도전정신이 가장 풍부한 [인터스텔라]가 좋습니다. (전 좀 무리하는 SF가 좋아요.) 하지만 [마션]만의 장점이 있죠. 과학적 설정이 가장 안정적이며 도전과 응전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SF 스토리텔링이 가장 효과적으로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입니다. 모래폭풍 때문에 철수 중인 화성탐사대원 중 한 명이 운 나쁜 사고로 화성에 고립됩니다. 그는 혼자 화성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지구와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동료들이 남겨 놓은 자원과 그의 과학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죠.

선례가 많습니다. 원조격인 소설로는 존 W. 캠벨의 [달은 지옥이다!]가 있죠. 영화로는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워낙 사고실험의 재미가 많아서 SF 작가들이 많이들 쓰는 설정이에요. 단지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과 이 영화는 화성탐사와 관련된 최신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같지만 도구와 지식이 업데이트되어서 이야기의 중간 전개의 디테일과 방향이 많이 다르죠. 그리고 영화의 재미 대부분은 그 중간 과정에서 나옵니다.

고립된 주인공을 다룬 영화지만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와는 달리, [마션]은 은근히 앙상블 비중이 큽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구와 우주선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과학자이거나 엔지니어입니다. 과학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 개입해 계획을 망쳐놓는 일 없이, 오로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만이 모여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계산해서 답을 찾아내는 영화인 겁니다. 트위터에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이를 이 영화가 판타지라는 증거로 내세웠죠. 관료주의와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 나사 사람들에겐 판타지처럼 보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안에는 정말 온갖 대리충족들이 다 있으니까요. 최악의 사고로 시작하지만 그 극복 과정은 최고의 판타지인 것입니다. 이들이 영화사 대신 열심히 영화 홍보를 하고 있는 데엔 다 이유가 있죠.

[마션]이 개봉을 준비하는 동안 화성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에 존재하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영화나 나사 모두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죠. 앞의 두 영화와는 달리 [마션]은 정말로 미래의 유인 화성탐사 계획에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SF는 조금씩 현실화될 미래와 가까워집니다. 그 미래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기타등등
저중력 묘사는 여전히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노력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