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개봉일 : 2015-09-24
감독 : 낸시 마이어스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등급 : 12세 이상
낸시 마이어스는 할리우드에서 작가와 감독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정치적으로 리버럴한 페미니스트인 미국 중산층 여성을 타겟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왔죠. 하지만 마이어스가 만든 영화는 사회비판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페미니즘을 언급하고 여성의 위치와 관계맺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투쟁을 선동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이들 타겟 관객들을 위한 편안한 판타지를 제공하죠. 얼핏 들으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무리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판타지는 필요하죠.
[인턴]은 마이어스의 판타지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나오는 영화이니 타이틀롤은 당연히 앤 해서웨이의 캐릭터 줄스여야 할 것 같지만 아니에요.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하는 벤이 영화의 인턴입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견딜 수 없던 은퇴한 홀아비인 그가 줄스의 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간 것이죠. 줄스는 처음엔 벤을 멀리하려고 하지만 둘은 곧 절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합니다.
깊이 있는 드라마나 캐릭터 같은 건 처음부터 포기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 걸 주려고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에요. 줄스와 벤이 2차원적인 캐릭터라는 건 아니에요. 둘 다 자기만의 고민이 있는 사람입니다. 특히 가정을 희생해가며 자기 회사를 살리려고 기를 쓰는 줄스는 그래요. 하지만 이들의 현실적인 깊이는 최소한의 수준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줄스가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환경과 해결책이 거의 판타지 수준이죠. 벤은 어떠냐고요? 남자 노인의 몸을 한 메리 포핀스입니다. 이 사람의 존재 이유는 힘겹게 세상과 싸우고 있는 직업 여성을 위해 완벽한 지원군, 보조자, 조언자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도 벤입니다. 그냥 그런 사람인 거예요.
당연히 [인턴]은 보통 우리가 이런 줄거리의 이야기를 가진 영화를 분류해 집어넣는 여러 소장르의 관점에서 보면 미진한 구석이 많습니다. 페미니스트 영화로는 너무 손쉽고 사실주의와는 담을 쌓았고 드 니로나 해서웨이의 아카데미 수준의 연기를 볼 수도 없죠. 하지만 낸시 마이어스 영화로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완벽합니다. 거의 어떤 경지에 도달했어요. 그게 꼭 '작품성'과 연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모든 영화가 그 목표만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