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3-02-01
감독 : 샬롯 웰스
출연 :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등급 : 12세 관람가
스코틀랜드에서 온 부녀가 튀르키예로 휴가여행을 옵니다.
딸 소피는 11살이고 엄마와 이혼한 아빠 캘럼은 막 서른이 넘었어요. 종종 남매로 오인받는 부녀죠.
두 사람은 호텔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도 하고 가끔 근처 관광지에도 가고 가끔 서로와 다투기도 합니다.
정말로 엄청나게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다른 나라에 여행 온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경험을 했겠죠. 큰 이야기 자체는 정말 평범합니다.
샬롯 웰즈의 [애프터썬]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 평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우리는 이 영화의 배경이 과거 그러니까 1990년대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소피는 캠코더를 들고 있고 주변 어느 누구도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아직 마카레나가 유행이니까요.
그리고 소피가 찍은 캠코더 영상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에서 우린 텔레비전 화면에 슬쩍 비추어진 성인 여성의 실루엣을 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영화는 현재의 소피가 회상하는 '과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화면을 통해 보는 이 평범한 일상들은 해독해야 할 텍스트가 됩니다.
성인 소피가 등장하는 장면이 중간중간에 끼어들면서 더욱 그래져요.
소피는 지금 여자 파트너와 함께 아기를 키우며 살고 있고 아버지 캘럼은...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린 소피가 당시 아버지를 아주 애잔하게 기억할 이유가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죠. 짐작은 할 수 있어요.
영화 속 캘럼은 뭔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고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사실을요.
영화 속에 흩어져 있는 단서들은 미래의 캘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1990년대 캘럼의 정신상태에 대해서는 상당히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그러니까 거의 보이지 않는 현재가 지금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과거에 절묘한 화음을 제공해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설정이지만 그 효과가 엄청나요. 끝까지 해답을 얻을 수 없지만 그 미스터리 자체가 아름답고 무엇보다 소피와 캘럼을 연기한
프랭키 코리오와 폴 메스칼의 연기와 합이 절절한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걸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