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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3-02-01

   감독   :  데이미언 셔젤

   출연   :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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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은 데이미언 셔젤의 [사랑은 비를 타고]입니다. 리메이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요. 두 영화 모두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2,30년대를 다루고 있고, 당시 일어났던 실제 에피소드들을 재료로 삼고 있습니다. 스토리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요. 단지 리메이크라고 우기기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그대로 따온 장면이 만만치 않게 많은 데다가 막판엔 영화 자체가 등장해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이 라나와 코스모라면 나왔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끌어가는 주인공인 마누엘 '매니' 토레스는 어떻게든 할리우드에 진입하려고 하는 멕시코계 이주민입니다. 어느 날 매니는 넬리 라로이라는 영화배우 지망생을 만나게 되고, 매니의 도움으로 할리우드 거물의 파티에 들어간 넬리는 스타가 됩니다. 그리고 무성영화 스타들을 쓸어버린 혁명, 그러니까 유성영화의 도입이 시작되지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을 따라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소수의 주인공에 집중하는 대신 당시 할리우드를 살았던 여러 사람들을 오갑니다. 이들 대부분은 모델이 있어요. 넬리는 클라라 보에서, 잭 콘래드는 존 길버트에서, 중국계 배우인 레이디 페이는 안나 메이 웡에서, 루스 아들러는 도로시 아즈너에서 영감을 얻었지요. 그밖의 수많은 실제 사람들과 에피소드들이 사이사이에 섞여 있어요. 이들은 느슨하게 서로와 얽히면서 역사적 전환기의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그립니다.

이 시기를 다룬 비슷한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백인 이성애자 중심에서 벗어난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죠. 할리우드와 할리우드 영화에 매료된 멕시코계, 중국계, 흑인들이 어떻게 이 시스템에서 소외되었는지도 최대한 정직하게 보여준다고 할까요. 아, 이 영화는 재즈 뮤지션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흑인인 첫 번째 셔젤 영화입니다. 써놓고 보니 좀 농담처럼 들리는군요.

[사랑은 비를 타고]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길고 요란하고 폭력적이고 저질스럽고 더럽습니다. 온갖 종류의 오물들이 적나라하게 전시되는 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정말로 야심이 거대해요. 그 거대한 야심은 영화 후반에 나오는 몽타주에서 폭발하는데, 그 뻔뻔스러움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대부분 감독들은 부끄러워서 그 전에 멈추었을 거예요.

영화가 과거를 그리는 방식은 그렇게까지 사실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1920년와 30년대 이야기라는 생각이 그렇게까지 들지는 않았어요. 일단 마고 로비나 브래드 피트는 전혀 그 시대 배우들처럼 생기지 않았으니까요. 이들이 입고 있는 옷, 말투 같은 것도 당시 같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고요. 2,30년대에서 굉장히 많은 걸 가져왔지만 고증엔 큰 관심이 없는 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중요한 건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바빌론]이 잘 만든 영화이냐. 그런 거 같습니다. 완벽한 영화냐. 그건 절대로 아니고요. 과도한 야심과 통제되지 않는 아이디어가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터져 나오는 영화예요. 종종 미끄러지고 종종 어처구니 없고 종종 이래도 되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드는 영화인데, 이건 이 영화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절대로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뜻도 됩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