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2-11-23
감독 : 안태진
출연 : 류준열, 유해진
등급 : 15세 관람가
안태진의 [올빼미]는 최근 한국 사극작가들이 지나치게 좋아하는 소재, 그러니까 소현세자의 죽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소현세자는 살해당했고, 아버지 인조는 세상에서 가장 시시하고 끔찍한 왕으로 그려집니다. 이미 이런 이야기는 여러번 봤죠.
여기서 어떻게 새로운 접근법이 가능할까요? 영화는 경수라는 허구의 침술사를 왕궁으로 데려옵니다. 경수는 눈이 멀었지만 사실 아주 어두울 때에는 조금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주맹증이라고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멜로드라마적으로 과장된 설정이겠지요.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요.
큰 역사적 줄기는 바꿀 수 없습니다. 소현세자도 죽고, 세자빈도 누명을 쓰고 죽고. 하지만 경수와 같은 허구의 작은 사람들은 이 흐름 속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지요. 그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초라합니다. 경수의 제1목표는 아픈 동생을 위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최대한 모른 척하고 살아남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고 경수는 계속 사건의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그럴싸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영화의 많은 부분이 서구 추리소설이나 멜로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장치가 되는 필적 같은 것이 과연 그 당시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갖고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이 모든 설정들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최대한 올바른 사람으로서 살아남으려는 주인공에게 꾸준히 압박감을 주고, 영화는 불필요한 자극 없이도 엉화가 끝날 때까지 서스펜스를 유지합니다. 에필로그는 좀 심하게 믿을 수 없고 사족이라고 생각했지만요.
소현세자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에도 놓쳐버린 역사적 기회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경수가 자신의 작은 이야기 안에서 하는 윤리적 선택이지요. 큰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결국 옳은 일을 하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겁니다. 이 치사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경수의 선택이 더더욱 남 이야기가 될 수 없지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