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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2-05-18

   감독   :  프란 크랜즈

   출연   :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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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는 거의 연극과 같은 영화입니다. 실제로 연극으로 각색해도 영화의 많은 걸 건질 수 있고 연극만의 뭔가를 더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영화의 대부분은 주무대가 되는 방을 떠나지 않고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녹화된 연극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여전히 영화의 언어는 남아서 영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요.


두 쌍의 부부가 주인공입니다. 교회가 제공해준 방에 들어가면 이들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해요. 듣다보면 이들이 몇 년 째 아는 사이이고, 저번 만남이 그렇게 좋게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금 더 들어보면 한 부부의 아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대량 살인사건의 가해자이고 다른 부부의 아이는 피해자임을 알게 되지요.


그러니까 대화가 일직선으로 흐르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상당부분은 이미 수없이 되풀이 되었을 거예요. 이들 대사가 가진 정보들은 양쪽 부부 모두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 대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그 결과 영화는 러닝타임이 흐르는 동안 점점 정보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다 아는 정보를 관객들이 천천히 흡수하는 구조지요.


전에 소개했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영화판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요. [니 부모]의 부모들은 뻔뻔스러운 악당이거나 얄팍한 위선자입니다. 하지만 [매스]의 주인공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는 보통 사람들이에요. 물론 두 영화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지요. [니 부모]에서는 가해자들이 살아있고 사건이 현재형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매스]에서 가해자는 죽었고 이들은 몇 년 째 그 때의 일을 정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다르지만 보다 나은 결말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요.


두 영화의 사람들을 다른 영화에 던지면 어떻게 될 지 사고실험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매스]가 고통스러운 상황에 던져진 평범한 사람들을 최대한 공감하며 바라보며 이들의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는 작품이고, 그 태도야 말로 영화를 정의한다는 것이니까요.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태도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도움을 줍니다. 네 명의 캐릭터들은 모두 공평한 비중을 부여받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얄팍한 캐리커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독교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좋은 의미에서요. 교회에서 진행되고 유일하게 의미있는 노래가 찬송가이기도 하지만, 죄와 용서, 구원과 같은 기독교적인 주제가 불필요한 믿음의 강요없이 전달되는 영화니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